김다미 인터뷰 후기
이전까지는 비대면 인터뷰만 진행했었다. 대면인터뷰는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인터뷰이의 영상을 수없이 돌려보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또 스튜디오 대여, 사전조사, 인터뷰지 준비, 일정조율등 생각해야 할 것이 많았다. 사진작가, 가수, 나의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차근차근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촬영날이 되었다.
강남의 한 스튜디오 앞이었다. 첫 촬영이라 15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스튜디오를 살피며 인터뷰이를 기다렸다. 사진작가님도 긴장하셨는지 장소를 헷갈려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늦게 시작하게 되었다. 남는 시간 동안 혼자서 멀뚱히 강남 건물들을 쳐다봤다.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겠지. 이 인터뷰가 끝나면 어떨까. 긴장인지 설렘인지 모를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약속시간에 맞춰 인터뷰이에게 연락이 왔다. 연락은 모두 DM으로. 스튜디오는 꽤 고층이었는데,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출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1층으로 인터뷰이를 데리러 가야 했다.
처음 봤을 때 아담하고 귀엽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처음 보는 나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상대방도 나도 살짝은 어색했다. 솔직히 나는 진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래도 친근감을 표하는 인사에 긴장감이 살짝 가라앉았다. 엘리베이터를 올라가며 가벼운 아이스브레이킹을 했다. 인터뷰이의 호의적인 태도에 재미있게 이야기를 끝 마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어색한 적막을 깨고 이것저것 먼저 질문했다. 다행히 상냥하게 대답을 해줘서 고마웠다. 인터뷰이는 나와 나이가 같았다. 인터뷰이는 동갑이니까 나를 더 응원한다고 했다. '아예 모르는 사이었던 서로가, 짧은 대화만으로 응원하게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닫혀있던 사고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준비했던 인터뷰 질문에 솔직한 내 감상을 더한 질문을 했다. 열심히 듣기만 했는데 인터뷰 시간이 금방 흘렀다.
인터뷰가 끝나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 찍히는 것에 어색함이 없이, 카메라 앞이 자연스러웠다. 인싸란 저런 것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진을 찍히는 것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어색함이 몰려왔다. 어색함에 호들갑을 떨다 사진작가님께 혼났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 인터뷰만을 위해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방문한 그에게 고마웠다.
당시에 나는 힘 빼고 사는 것에 대해 한창 고민 중이었다. 자꾸만 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욕심내 힘을 가득 주고 살게 되었다. 그게 나를 힘들게 하는데도. 그런데 내 눈앞에 힘 빼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 눈앞에서 보니 그런 사람의 장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구겨지지 않는다는 점. 그런 사람과 대화해 보는 것 자체로 좋은 경험이었다. 나와 동갑인데 해맑음이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함께 있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해맑음이었다. 나는 닳아가고 있었다. 스스로의 본능을 무시하며 나 자신을 상실한 상태. 나는 그런 상태였다. 그런 나에게 이번 인터뷰이와의 만남은 큰 환기였다. 인터뷰이의 말에 감명받았고, 내 마음이 깨끗하고 명료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힘을 빼고 살 용기를 얻었다.
내가 누군가를 직접 섭외해서, 계획한 일을 마쳤다는 게 감개무량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매일이 똑같고 나에 대한 고민이 점점 줄어든다. 어느 순간 사고가 고착화되어 버린다. 비슷한 생각으로 계속 같은 일을 하는 내가 어느 순간 바보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누군가 읽어 줄지 아닐지 모르는 글을 쓰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이 주는 환기가 분명히 있었고, 그것은 강력했다. 앞으로 이 콘텐츠를 얼마나 지속할지 어떤 방향으로 하게 될지 모르지만 좋은 출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