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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May 14. 2023

나만의 메리크리스마스

나무에 그어둔 눈금이 조금씩 높아지다 겨우 1미터를 넘어섰던 해의 겨울이었다.

엄마와 나, 우리 둘만의 보금자리에 처음으로 그가 찾아왔다.

커다랗던 그의 손은 어깨에 쌓여있던 눈을 툭툭 가볍게 털어내고선 나에게 내밀어졌다.

악수를 모르던 나는 그저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고, 그의 손은 내 손을 따뜻하게 덮어주었다. 



식탁 위 촛대에 불이 밝혀지고 근사한 저녁식사가 차려졌다.

그와 나란히 앉은 엄마의 모습은 언제나처럼 아름다웠고,

그 장면은 마치 펼쳐진 그림책의 한 장면 같았다.



한쪽 벽에 장식해 둔 산타그림은 수업시간에 그렸던 엄마의 웃는 얼굴.

친구들은 엄마 얼굴에 수염이 그려진 게 이상하다며 마구 놀려댔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림이 멋지다며 나의 솜씨를 칭찬해 주었다.


내가 잘 시간이 되자 잠옷을 갈아입혀주고, 머리맡에 양말도 함께 걸어주었다.

얼른 자야 산타할아버지가 오셔서 선물을 주실 거라며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볼에 입을 맞춰주었다. 

그것은 매우 상냥해서 아빠가 떠오를 정도였다. 


새하얀 눈밭에 비친 조명이 창문을 두드렸고, 멀리서 아스라이 종소리가 들렸다.



간밤에 다녀간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그에게 자랑했다.

그는 웃으며 나의 자랑을 묵묵히 들어주었다.


크리스마스 저녁, 전날보다 근사한 저녁식사가 차려졌다.

행복한 저녁식사를 하던 중,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숟가락을 떨어뜨려 식탁 밑으로 들어갔을 때,

엄마와 그가 손을 꼭 잡고 있던 것.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다음날이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우리 집에 있었다.

그와 나란히 서있는 엄마의 모습은 언제나처럼 아름다웠고,

그 장면은 마치 꿈에서 펼쳐진 한 장면 같았다. 





長渕剛 - 僕だけのメリークリスマ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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