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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Mar 24. 2023

기대에 관하여

주제 기대

사람은 태어나기 전부터 기대를 받는다.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으로부터 시작하여 평생 동안 여러 가지 형태로 삶채워간다. 친구들과 잘 지내길, 공부를 잘하길, 학교에서 적응 잘하길, 부모의 말을 잘 듣길, 좋은 곳에 취직하길, 좋은 사람을 만나길, 예쁜 가정을 꾸리길, 건강하길.  

죽을 때에도, 혹은 죽은 이후에도 좋은 곳으로 가길 하면서 기대가 존재하지 않는 순간은 없 것 같다.

러한 기대라는 것은 참 무서운 양날의 검 같다. 무엇이든 해내게 만드는 강력한 원동력이기도 하고, 다신 일어서지 못하게끔 좌절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기도 한다. 온 세상을 가진 듯한 행복한 충족감을 주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부담에 짓눌리게도 만든다. 기대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르는 고양감을 느낄 때도 있고, 실체가 없던 희망을 강탈당한 것 마냥 절망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기대는 어렵다.



期待 기약할 기 기다릴 대

희망을 가지고 기약한 것을 기다림

사전에서 찾아본 기대는 이렇정의되어 있다.

예전에 한자공부를 하다 알게 된 방법인데 한자어한 글자씩 찾다 보면 생각보다 재밌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期 를 나눠보면 其(그 기)자에서 소리를, 月(달 월) 자에서 뜻을 따서 만들어졌다. 흥미로운 건 예전엔 月(달 월) 대신에 日(해 일)을 쓰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해와 달은 어김없이 때가 되면 나타으니 期 라는 글자는 당연함을 품고 있 기대인 것이다.

만들어질 때부 미 기대를 충족시킨 글자는 얼마나 긍정적인 사람이 만든 걸까.



나에게 기대라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 매일 떠오르는 해와 달처럼 타인의 기대엔 당연함을 지켜주고 싶지만, 스스로는 어디에도 기대하지 않는다. 군가에게 기댄다는 것은 상대에게 내가 품고 있는 무언가를 떠넘기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지기에 차마 그럴 수가 없다. 물론 상대방이 나의 기대를 원하는지 아닌지는 나만의 생각으로 판단하는지라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 수가 없다. 물을 수도 없고, 진실로 답이 나올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나만의 판단으로 결정짓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도 결국은 흔한 사람일 뿐이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다른 이들과 얽힘 없이는 존재가 불가능하기에 연을 이어가고, 그 사이에서 원하지 않는 기대감을 느낀다. 애써 그것들을 없는 일로 생각하려 노력하지만 문득 스며드는 기대들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실망감들은 나를 잠기게 만든다. 느꼈던 모든 기대가 부응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소한 만족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나는 더 큰 실망들만을 걱정하며 다가올 부정적인 감정들을 대비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래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의외로 괜찮기도 하다. 빵빵히 부푼 기대라는 풍선은 못 보겠지만, 바람 빠진 쭈그러진 모습을 안 봐도 된다. 부풀기 위해 태어난 풍선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누군가를 기대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기대였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몇 년이 걸렸고, 다시 그 기대를 접어두기까지 역시 몇 년이 걸렸다. 합쳐서 10년이 훌쩍 넘어가는 시간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내 기대를 표현한 적도, 기대와 다른 모습이라고 실망한 적도 없었다.  착한 사람이라서도, 누군가를 배려하는 선량함을 가져서도 아니었다. 그냥 그러고 싶진 않았.

내가 생각하는 기대는 그저 이기심이다. 나만의 욕심으로 인해 만들어진 환상. 그래서 그것을 표출하는 것은 이기적인 인간이 취하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저에 깔린 원초적인 이유에는 나도 그렇게 누군가의 기대를, 누군가의 이기심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거 같지만.

그저 부대낄 자신이 없어서 하는 핑계.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지만 나는 '기대를 하지 않는 나' 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스스로에 기대에 어떤 답을 내려야 할까? 어느 쪽의 답을 골라도 애매해지는 상황이다.

이래서 모순된 인간의 생각은 참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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