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다반사 Oct 02. 2016

점점 예리해지는 채찍질 끝에 피워낸 예술이란 꽃 한송이

위플래쉬(Whiplash, 2014)

점점 예리해지는 채찍질 끝에 피워낸 예술이란 꽃 한 송이

점점 끝이 예리해지는 채찍질(Whiplash)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는 19살 '앤드류'가 있습니다. 어느  드럼 연습을 하던 도중 조금 유별난 '플레처' 교수를 만나게 되고 그가 이끌고 있는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가게 됩니다. 첫 연습부터 '플레처' 교수에게 혹평을 받은 것도 모자라 '스튜디오 밴드'원들 앞에서 눈물까지 보이게 됩니다. 너무나 분했던 나머지 '앤드루'는 손에 피가 날정도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다 우연찮은 기회로 재즈 경연 날 메인 드러머로 나서게 되고 보란 듯이 멋지게 연주를 해냅니다.

 하지만 경연 후 '플레처'교수는 '앤드루'보다 한참이나 실력이 떨어지는 드러머를 메인으로 정해버립니다. 또다시 피나는 연습을 거듭하지만 일련의 사고들로 인해 '앤드루'는 좌절을 맛보게 되고 결국 드럼을 포기하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우연찮게 '플레처'를 만나게 된 그는 다시 한번 드럼스틱을 집어 들지만 '플레처'는 '앤드루'에게 더 예리해진 채찍을 가합니다.

 영화에서 '앤드루'가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채찍질(Whiplash)에 비유한다면 그 끝은 점점 예리해집니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앤드루'는 채찍질을 견뎌내고 버팁니다. '잘했어(Good Job)'이란 말을 경멸하는 '플레처'는 그의 제자들로 하여금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가혹할 정도의 채찍질을 가합니다. 현실에서는 소위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라고는 하지만 영화 속 '플레처'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그래도 선을 지켜야 하지 않나?'라고 묻는 '앤드루'의 말에도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면 위대한 아티스트가 아닌 것이다.'라고 반박합니다. 영화 후반부의 재즈 경연의 첫 연주에서 망신을 당한 '앤드루'가 아버지와 함께 퇴장했다면 '플레처'의 말처럼 위대한 아티스트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앤드루'는 다시 드럼 스틱을 집고 마지막 채찍질을 견뎌내며 드럼 연주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앤드루'는 결국 예술이란 한 송이 꽃을 피워냈습니다. 그리고 그 향기도 맡았을 겁니다. 그 향기를 맡아본 이상 '앤드루'는 계속해서 그 꽃을 피우려 혹은 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채찍질이 필요할 것인데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영화 중반부의 색소폰 연주자의 자살처럼 '앤드루'의 끝도 극단적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닌 체험하게 되는 영화

 이 영화의 가장 훌륭한 점이라면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닌 체험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스튜디오 밴드'의 연습 장면에서 연주되는 재즈 리듬에 따라 카메라 또한 빠른 편집과 움직임으로 관객들이 재즈의 리듬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장점은 '앤드루'의 신들린 드럼 연주 장면에서 극대화됩니다.




기시감이 있는 캐릭터

 'J.K. 시몬스'가 연기한 '플레처' 교수는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했던 드라마 <하우스>에서 '휴 로리'가 연기했던 '하우스'와 많은 면에서 겹칩니다. '하우스'는 자신의 부하를 모욕하고 환자들에게 시니컬하게 대하며 자기중심적입니다. '플레처' 또한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이죠. 국내에서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를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다만 '하우스'와 '강마에'는 약간의 인간적인 면이 보이지만 '플레처'는 그런 면이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플레처'는 자기의 신념에 대해 굳게 믿고 이를 실행합니다. 학생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생각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예술의 경지'에 대해 거의 광기 어린 집착을 보입니다. 그 집착 때문에 제자가 자살했음에도 오히려 교통사고였다고 거짓말을 하며 자기 앞가림만 하기 바쁩니다. 그때 흘린 눈물은 제자의 죽음 때문이라기 보단 제자가 피워낸 예술이란 꽃의 향기를 맡지 못함에 대한 눈물로 보입니다.

 영화 마지막에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네가 말한 거 다 알아.'라며 '앤드루'의 드러머로서의 커리어를 완전히 망가뜨리려 하는 것도 '플레처'의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 보입니다. 또한 '앤드류'의 연주가 정점에 달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잊고 미묘한 미소를 짓는 장면에서도 그의 머릿속에 오로지 '예술'만 가득함을 말해줍니다.



맺으며...

 흔히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하라고 말합니다. '플레처'가 가하는 채찍질은 분명 호불호는 갈릴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채찍질이 아닌 채찍을 맞은 뒤의 모습입니다. 19살의 '앤드류'는 점점 예리해지는 채찍질을 버텨냈고 자기만의 꽃을 피워냈습니다. 그 향기를 맡은 이상 '앤드류'는 더한 채찍질도 견뎌 낼 것입니다. 그 끝이 죽음이라 할지라도요.


★★★★




이것저것 사실들

1. 위플래쉬(Whiplash, 2014)는 2015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 음향, 편집 부분을 수상하였다.

2. J. K. 시몬스는 '플레처'역으로 47개의 상을 수상하였다.

3. 투자 문제로 인해 2013년 선댄스 영화제에 단편으로 먼저 출품되었다. 단편 내용은 '앤드류'가 '스튜디오 밴드'에서 첫 연습을 하는 장면.

4. '앤드류'가 '플레처'를 몸으로 밀치는 장면에서 'J. K. 시몬스'는 갈비뼈 두 개가 부러졌다.

5. '플레처'가 '앤드류'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원래는 시늉만 했었다가 마지막 촬영 때는 영화 속 장면처럼 진짜로 때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