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다반사 Oct 04. 2016

엉성하고 밋밋한 단색의 아수라도

아수라(Asura, 2016)

아수라(Asura, 2016)

아수라도에 녹아들지 못한 자

 한도경(정우성)은 시장 박성배(황정민)를 위해 온갖 뒷일을 처리해주는 형사입니다. 박성배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수 있는 증인을 뒤처리 하던 도중 우연찮은 사건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됩니다. 수사 후, 사직서를 한도경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박성배의 수행원으로 일하고자 했지만 김차인(곽도원) 검사로부터 증인 사망과 관련된 추궁을 받게 되고 박성배의 살인교사 혐의를 입증할 수 있게 녹취를 해오라는 지시를 받게 됩니다. 박성배와 김차인 사이에서 고민을 하던 한도경은 두 사람을 만나게 끔 수를 쓰게 되고, 이 둘은 충돌하여 장례식장을 피로 물들입니다.

 아수라도(阿修羅道)는 불교용어로 싸움이 그치지 않는 세계를 말합니다. 영화를 하나의 아수라도에 비유한다면 싸움의 원인이 되는 사람, 한도경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한도경은 박성배라는 세력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지만 김차인이라는 세력이 그에게 접근하면서부터 모든 일이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한도경은 고민하게 되죠. 어디를 선택하는 것이 싸움에 살아남기 가장 유리한가?

 하지만 한도경은 이 둘 사이에 대한 깊은 고민 보여주지 못합니다. ‘무엇이 옳을까?’하는 혼잣말이 전부일뿐이죠. 그렇다면 두 세력을 대하는 모습에 차이는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두 세력 앞에 비굴한 모습만 보일 뿐이죠. 소위 반전이 될 만한, 제3의 방법을 택하는 것도 아닙니다. 나름의 발버둥이라면 욕설인데 그마저도 어색하게만 느껴집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해야 할까요? 영화 속 세계에서 살기 위한 발버둥을 가장 많이 쳐야 하는 사람이 영화 중반부까지 그렇지 못해 영화 전체가 엉성해 보이는 느낌을 줍니다.




아수라도와 거리가 먼 자

 한도경의 후배인 문선모(주지훈)는 가장 변화가 큰 인물입니다. 원래 문선모는 아수라도와 거리가 먼 캐릭터였습니다. 영화 초반 작대기(김원해)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다른 인물들에 비해 그나마 형사의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박성배의 부하로 들어가 태병조(김해곤) 사장을 차에 치여 죽임으로써 문선모도 아수라도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럼에도 위안 삼을 수 있는 부분은 박성배 밑에서 일하면서 한도경이 걸어왔던 악행의 길 중 일부만을 걸어왔다는 것,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들 중 아수라도를 가장 먼저 빠져나왔다는 것, 이 두 가지일 것입니다.




아수라도의 절대자와 절대자인 척한 자

 아수라도 속 박성배는 왕 중의 왕일 것입니다. 그 누구도 건들지 못하는 아수라도 속 절대자이지요. 아수라도 속의 절대적 권력을 공고히 하고자 자해도 서슴지 않고 싸움도 만들어 냅니다. 아수라도에 최적화된 인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반면 김차인은 아수라도의 절대자와는 거리가 멉니다. 자세히 보면 김차인은 아수라도라는 싸움판 밖에 있습니다. 싸움판 밖에서 한도경과 검찰 수사관인 도창학(정만식)을 조종할 뿐이죠. 어쩌면 그는 싸움판에서의 경험이 아예 없을지도 모릅니다. 부장 검사에게 굽실대는 모습이나 장례식장에서 본부의 지원 없이 무작정 들어가는 모습 등이 그렇습니다. 네. 저는 김차인이 소위 잘 아는 것 마냥 센 척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단색의 아수라도

 앞서 말했듯이 한도경이라는 캐릭터는 아수라도를 그리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도경이 스케치를, 박성배와 김차인은 각각 나름의 색을 입히는 그런 역할인 셈입니다. 문제는 박성배와 김차인이라는 두 가지 색 중에서 박성배만 보인다는 점입니다. 연기의 강도가 달라서라기 보다는 캐릭터를 그려내는 시간의 비중에 문제로 보입니다. 박성배가 어떤 색을 가졌는가에 대해서 다뤄지는 비중은 김차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큽니다. 그렇기에 김차인이 안 보일 수밖에요.

 시놉시스 상에서 김차인은 악질 검사로 나옵니다. 그런데 ‘정말 과연 악질 검사라 할 만한가?’하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만한 사건이 있었나요? 굳이 꼽자면 한도경에게 천을 씌워 폭력을 행사한 정도겠습니다만 이마저도 김차인이 직접 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본 김차인은 그저 사람을 잘 조련하는 검사입니다. 한 사람 약점 파고드는 형사 내지 검사의 모습은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나타납니다. 박성배를 체포하기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 혹은 사건이 있었다면 분명 김차인이라는 강렬한 색이 나타났을 겁니다.




맺으며...

 멀티캐스팅의 단점을 답습한 영화로 보입니다.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색깔로 아수라도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면 이 영화는 분명 훌륭한 영화가 됐을 겁니다. 하지만 한도경의 엉성한 스케치와 박성배라는 색만 칠해져 있으니 완성된 아수라도가 단조로울 수밖에요. 오히려 드라마로 만들어져 각 캐릭터의 색을 분명히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




Pros and Cons

Pros

1. 차량 추격 장면     


Cons

1. 다 그려내지 못한 캐릭터들

2. 어색한 정우성의 욕설

3. 필요 없는 것 같은 캐릭터들의 존재(한도경 아내)




이것저것 사실들

1. 정우성은 무사(The Warriors, 2001) 이후 15년 만에 다시 김성수 감독과 작업하게 되었다.

2. 곽도원은 이전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Nameless Gangster : Rules of Time, 2011)에서도 검사 역할을 했었다. 아수라에서도 같은 검사 역할이라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3. 정우성은 차량 추격 장면에서 스턴트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였다.

4. 정만식은 정우성보다 한 살 어리다(...).

매거진의 이전글 점점 예리해지는 채찍질 끝에 피워낸 예술이란 꽃 한송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