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다반사 Jun 16. 2019

너나 나나 기생충이다

기생충(Parasite, 2019)

 영화 '기생충'의 가제는 '데칼코마니'입니다. 데칼코마니는 종이 한쪽에 여러 색깔 물감을 묻히고 그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펴서 좌우대칭 형태의 그림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왜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데칼코마니라고 했을까요?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과 동익(이선균 분)의 가족이 계급에 있어 차이가 있을지라도 결국 근본적으로 똑같은 사람들이라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기우(최우식 분)의 고액과외를 시작으로 하여 기택의 가족은 서서히 동익의 가족에게 기생을 하게 됩니다. 물질적인 부분에 있어서 동익의 가족을 숙주로 하여 기생을 하기 시작한 것이죠. 하지만 동익의 가족 또한 결코 숙주라는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도 사실상 기택의 가족이 제공하는 서비스(과외, 운전, 가사)에 대해 그들을 숙주로 하여 기생하는 것이 사실이니까요(물론 그 서비스가 사기에 기반한 것이지만...).


 기택과 동익의 삶은 데칼코마니처럼 서로의 반대편에 있습니다. 기택의 반지하가 왼쪽에 있다면 동익의 어마어마한 저택은 그 반대편인 오른쪽에, 마찬가지로 기택의 냄새가 왼쪽에 있다면 동익의 냄새는 오른쪽에 있겠죠. 서로가 반대편에 있지만 기택이나 동익이나 결국 똑같은 기생충이란 점은 변함없습니다. 위치가 다를 뿐,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란 것은 변함없으니까요.

데칼코마니 마냥 묘하게 대칭되는 두 포스터(...)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 기생충에 대해 '서로 간의 예의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며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습니다. 계급, 또는 물질적인 측면에서 높은 곳에 있다 한들 결국 기생충과 다를 바 없는 동익이 '냄새'를 불쾌해하는 것은 기택을 향해 결례를 범한 셈입니다. 기택의 '선'을 동익이 넘어 버린 것입니다. 기택이 동익을 홧김에 죽인 것도 어쩌면 '너도 똑같은 놈인데 네가 그러면 안되지'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에도, 돈 좀 있다고 동익이 기택을 무시한 셈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다혜(정지소 분)가 기우를 구한 점은 희망적입니다. 동익의 다음 세대인 다혜는 그들과 공생하려는 것이니까요(물론 공생이란 이유로 사기가 정당화되선 안되지만...).


 그나저나 기택은 기우의 편지를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



★★★★☆



Pros

1. 엄청난 몰입감과 재미

2. 이정은 분(문광 역)과 박명훈 분(근세 역)의 존재감


Cons

1. 보고 나면 밀려오는 찝찝함




제발 이 영화로 이정은 분(문광 역)이나 박명훈 분(근세 역)이 영화제 상이란 상은 다 받았으면 좋겠습니다ㅜㅜ

매거진의 이전글 킬러 수업, 인생 수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