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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다반사 Mar 03. 2019

킬러 수업, 인생 수업

레옹(Leon, 1994)


 총을 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총알을 장전하고, 안정적으로 총을 쥐고, 안전장치를 풀고, 방아쇠를 당긴다. 마틸다는 총을 쏘는 방법을 압니다. 심지어 소총으로 정확히 사람을 저격할 정도니까요. 레옹도 마찬가지로 총을 쏘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압니다. 하지만 레옹의 '킬러 수업'에서 마틸다가 아직 배우지 못한 게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레옹이 마지막까지 가르쳐 주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사람을 한 번 죽이게 되면 그때부터 인생이 바뀌지. 영원히 남은 평생 편안히 잠들 수 없을지도 몰라.


 킬러 수업의 마지막 장은 아마도 사람을 정말로 죽이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레옹이 마틸다에게 쥐어 준 총은 사람을 죽이는 총알이 장전된 총이 아닌 페인트 총이었습니다. 마틸다가 정말 사람을 죽이게 되면, 킬러 수업은 끝나고, 마틸다의 삶은 뜬 눈으로 소파에서 밤을 지새우는 레옹처럼 바뀌었을 겁니다. 그런 삶이 얼마나 쓸쓸한지 레옹은 알기에, 마돈나의 Like a Virgin을 부르는, 마릴린 먼로, 찰리 채플린, 그리고 진 켈리를 따라 하는 마틸다의 천진난만함을 지켜주고 싶었을 겁니다.



네 덕에 삶이 뭔지도 알게 됐어.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 잠도 자고, 뿌리도 내릴 거야.


 하지만 한 편으로는 마틸다에게 차마 장전된 총을 주기 싫었던 건 아닐까요? 뜬 눈으로 고독하게 밤을 지새우던 레옹에게, 침대에서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게 해 주고, 화분처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것이 아닌, 양지바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싶게 만든, 그야말로 '인생을 살고 싶게' 해준 게 바로 마틸다니까요. 그런 마틸다에게 킬러 수업의 마지막 장을 과연 알려주고 싶어 했을까요?


 마틸다에게 삶을 배운, 사람 죽이는 킬러 레옹. 사람 죽이는 방법을 배운 대신 레옹이 인생을 살고 싶게 만들어준 마틸다. 이런 아이러니한 스승과 제자가 또 있을까 싶네요.




1. 영화 엔딩에서 흐르는 Sting의 Shape of My Heart는 (기가 막히게 어울림에도 불구하고) 레옹 OST에 수록되어 있지 않다.

2. 마틸다가 우유를 사러 갈 때면 비극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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