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무언가를 배울 때마다 늘 남들보다 몇 발짝 느렸다.
단어 하나를 외우는 데도 오래 걸리고, 문법 하나를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든다.
그래서일까.
나는 언어를 배울 때마다 ‘결승선’이 아니라 ‘풍경’을 보게 된다.
스페인어의 R 발음이 입안에서 말리듯 굴러갈 때,
그 소리가 낯설고 예뻐서 웃음이 난다.
스페인어의 리듬은 부드럽고, 일본어의 단정한 어미는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남들은 이미 회화를 한다거나, 시험 점수를 올렸다고 말한다.
그럴 때면 잠시 조급해진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오늘도 한 단어를 배웠잖아.”
그 한 단어가 내 하루를 바꾸기도 하니까.
언어를 배우는 건 결국 사람을 배우는 일이다.
그 나라의 인사, 음식, 날씨, 음악, 그 모든 게 단어 속에 들어 있다.
그래서 천천히 배워도 괜찮다.
조금씩이라도, 그 언어가 내 일상에 스며드는 순간이 있으니까.
내 공부는 세상에서 가장 느리지만,
아마 그래서 가장 오래 기억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