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 1편

마드리드 편

by 연연

2025년 2월, 나는 스페인으로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
계획보다는 감각에 따라 움직였고, 도시마다의 색과 소리, 공기에 나를 맡겼다. 바르셀로나의 거리, 세비야의 햇살, 마드리드의 고요한 아침까지 모든 순간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여행은 쉼이자, 내 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비록 긴 여정은 아니지만 그만큼 선명한 이야기들을 여기서 녹여볼 것이다.

*

25살 1년 동안 영어 울렁증이 있는 나는 1년 동안 스페인기초를 뗐다. 평소에 극도록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인 탓에 늘 조용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스스로 용기를 내어 보았다.

낯선 환경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속에서

나를 꺼내보았다.



그렇기에 설렘과 두려움이 조용히 뒤섞여 있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때문이다.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조심하라]라는 이야기였다. 유럽 , 특히 스페인 소매치기 많다는 정보가 익숙할 정도다.
나는 그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방지 관련 구입과 작은 습관과 행동을 들여놓아 스스로를 단단히 지켜놓았다. 덕분이 여행 내내 단 한 번의 도난 없이 무사히 돌아올 수가 있었다

공항에서

한국 떠나기 전 갑자기 인천 국제공항에서 돈가스가 먹고 싶어졌다. 보통은 유럽행 비행기를 타기 전 한식 먹곤 했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일식이 당겼다. 여행의 시작은 그렇게 예상밖의 [선택]으로 시작이 되었다.


생각해 보니 거기서도 결국 밀가루 음식이 대부분인걸 미처 생각도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밀가루 천지라는 걸 생각을 못했을까. 익숙한 맛을 벗어나려던 선택은 결국 익숙한 결과로

안내를 해주었던 것과 같다.


배를 채우고 탑승구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스페인으로 떠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18시간의 비행을 잘 견뎌 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되었지만, 제일 중요한 무사히 잘 도착하기만 해 주기를 바랐다.

생각보다 나는 놀랍게도..

18시간 비행기 안에서 잠도 안 자고 너무나도 신기하게 잘 놀고 있었다.

심지어 비행시간이 길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시간이 흐른 건지 멈춘 건지, 비행기 안에서 해도 없이 떠다니다 보니, 마드리드는 이미 어두운 밤에 잠겨 있었다. 마치 스페인 마드리드 위 상공에서 보는 풍경은 별이 땅에 촘촘히 박힌 것같이 비행기 창문으로 보는 야경이 너무 예뻤다.

도착시간 오후 6:54

정신없이 짐을 챙겨 공항을 빠져나오던 중, 입국심사대에서 한 직원분이 나를 본 척만 하며 통화를 이어가고, 옆 사람과 수다를 떠시느라 나를 한참이나 세워두었다. 어쩔 줄 몰라 서 있던 그때, 다른 직원분께서 “여기로 오세요”라며 나를 불렀다.

나는 그래도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마음에, 최대한 환하게 웃으며 처음으로 스페인 인사를 건넸다.
“올라! 부에노 노체스~!”

직원분도 밝게 웃으며 직업을 물으셨고, 나는 잊지 않고 준비했던 말,
“소이 에스투디안테! 저는 학생이에요.”
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런데 ‘여행’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려, 얼떨결에
“비엔 아 비시 따라 떼! 놀러 왔어요”
라고 말했다.

직원분은 그 말에 함박웃음을 지으셨고, 나는 내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도 모른 채 멀뚱멀뚱 서 있었다. 말문이 턱 막힌 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몰라서, 몸이 먼저 반응했다. 한국식 인사처럼 고개를 꾸벅 숙이며,
“그라시아스!”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직원분도 웃으며 salida 사인을 따라가라고 말하시며 손짓하셨고, 나는 그 방향대로 발을 옮겼다. 걷다 보니, 피곤한 얼굴로 택시 승강장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 마치 모두가 같은 목적지라도 되는 듯, 그곳은 조용히 북적이고 있었다.

택시 타는 곳은 꽤 시스템 규율이 있는 듯 사람들이 줄을 서고 택시들도 3 열을 맞춰 앞 일행 타면 다음 일행 부르고 해서 줄은 신속하게 줄었다.

그렇게 몇 명이냐고 묻는 기사님에게 [ 뜨레 페르소나. 3명이에요]를 외치고 택시에 타서 호텔 주소지를 보여주었다.

*공항 택시는 비싸지만 대부분 이용하는 편이다 트레빗 카드로 결제 가능하다 영어로도 소통이 가능하다

*salida: 출구

Madrid

- 마드리드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방에 짐을 푸니 긴장이 풀리면서 갑자기 허기가 확 몰려왔다 배가 고파 죽겠다는 눈빛을 주고받으면서 우리는 숙소에서 1분 거리 식당인 restaurant e las table 향했다.

거리는 생각보다 꽤 번화가였다 붉은 벽돌과 옛날식 건물들 그리고 노란 조명아랫사람들은 바쁘게 걸어 다니고 저마다의 저녁을 즐기며 어딘가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소리와 그 풍경은 마치 영화의 한 장편 같이 느껴졌다,

첫날 이어서였을까

낯선 공기 속에서도 무언가 묘하게 익숙한 설렘이 맴돌았다.


콜라를 ‘코크’라고 발음한다.

스페인에선 익숙한 콜라가 통하지 않고 [코카콜라 노 코카 코크?]로 되물음이 온다.

맥주는 훨씬 간단하다. 그냥 “비어.”

낯선 나라에서 가장 먼저 배운 건, 낯선 언어가 아니라 가장 일상적인 주문이었다.


위 사진들은 식당 음식 사진들이니 만큼 너무 맛있었다.

우리가 식당에 도착한 건 꽤 늦은 시각이라 다행히 예약도 없이 바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방장께선 살갑게 맞이해 주시며 [예약이 필요 없다고 비어있는 자리에 앉으면 된다]라고 호탕하게 웃으시면서 자리를 안내해 주셨기에 긴장이 스르륵 풀렸다.

식당내부는 진짜 현지인만 먹을 법한 식당이었다.


우리는 웃으며 메뉴판을 펼치며

[투 코크 원 비어 원 감바스 에스트레야[주방장 추천 메뉴]... 에? 뽀르빠보르]

정하면서 주문하는데 자신이 없거나 발음이 어려운 부분은 손짓으로 짚었기에

가끔 틀린 문장은 주방장 분께서 호탕하게 웃으시면서

교정을 해주시면서 정리해 주시고 기다리라며 주방 쪽으로 들어가셨다.

덕분에 다음 일정 식당부턴 주문하기가 더 수월했다.

나는 마치 학교 숙제를 막 마친 개운함과 미션을 완수한 감정이 들었다

*스페인에서는 자리에 앉으면 빵을 함께 내어주는 문화가 있다.
하지만 그 빵은 무료가 아니라 자릿세 개념으로 추가 비용이 붙는다.
원하지 않는 경우엔 “No pan, por favor [ 노 빵 뽀르 파보르]”라고 하면 조용히 치워준다.
첫날엔 그런 걸 몰랐다.
당연히 한국처럼 서비스인 줄 알고 배고픈 상태로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따뜻하고 익숙한 맛이었기에 별생각 없이 먹었지만,
계산서를 보고서야 그게 포함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뒤로는 빵이 나와도 먹지 않았다.
작은 문화 차이를 하나씩 배워가며, 여행의 리듬도 조금씩 정돈되어 갔다.

이 식당의 감바스는 꽤 맛있었다.
주문할 때 직원분이 진지한 얼굴로 “갈릭 들어가는데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는데,
사실 한국인 입장에선 마늘 한 알을 4~5조각으로 얇게 썰어 넣어 놓고 그걸 ‘갈릭 괜찮냐’고 묻는 게 조금은 귀엽게 느껴졌다.

순간 ‘장난하나?’ 싶었지만, 여긴 유럽이고…
이들이 매운맛이나 향신료에 약하다는 걸 감안해,
그저 속으로 “그래, 괜찮아. 너희는 이 정도도 센 거지” 하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다음 날 아침
마드리드 왕궁으로 향했다. 햇살은 따사롭고 하늘은 말 그대로 유럽 하늘이었다.
마드리드 앞 광장은 [근위대 교대식] 관람으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마드리드 관람이 불가하였기 때문에 묘하게도 그 넓은 공간이 조용하게 느껴졌다.
[ 한 달 첫 주 수요일은 기마병 교대식 / 근위대 교대식으로 마드리드 광장 관람이 불가하다.]
웅장한 건축물 앞에 서 있으니 현실감이 조금씩 흐려졌고 여행 중이라는 사실이 그제야 마음 깊숙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알무데나 성당에서 마드리드 광장을 바라본 풍경)

마드리드 왕궁은 숙소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였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막상 가는 길은 짧지 않았다.

길모퉁이마다 사진을 찍고,
꽃 피어난 나무 아래서 잠시 멈추고,
낯선 간판 하나에도 발걸음을 멈췄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순간순간이 더 ‘여행’다웠는지도 모르겠다.

왕궁에 도착해 뒤편 알무데나 성당 중간 난간에 올라섰을 때,
그곳에서 내려다본 마드리드 광장은 꽤 인상 깊었다.
햇살은 흘러내리고, 광장엔 사람들의 낮은 목소리와 천천히 흐르는 시간이 있었다.
바라보는 풍경은 그저 평범했지만, 이상하게 오래도록 눈을 떼기 어려웠다.

마드리드 매월 첫째 주 수요일 근위대 교대식
마드리드 왕궁을 관람을 못하였지만 운 좋게도 마드리드 왕궁 앞에서 교대식을 제대로 관람할 수 있었다. 북적이는 관람권 얻기 대신 알무데나의 성당을 여러 부분을 관람하고 더 좋은 경치를 얻을 수 있었다

운 좋게도 마드리드 왕궁 앞에서 교대식을 제대로 관람할 수 있었다 기마병들도 일열로 등장했고 악기소리는 짧고 분명했다. 형식적일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니 의외로 눈을 떼기 어려웠다 교대식이 끝난 뒤 우리는 왕궁 맞은편에 알무데나 성당으로 향했다 계단을 따라 성당위쪽에 올라가니 내부는 조용하고 천장은 높았다.

색유리를 통과한 빛이 바닥을 물들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매일 정오 정각이 되면 0층에서 미사가 시작되며 종이 울린다 그 시간에 맞춰 흐르는 공기는 조금 경건해지는 느낌이었다.

알무데나 대성당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계단은 꽤나 힘들었다.
숨이 조금 가빴고, 다리는 묵직했지만
꼭대기에 도착하자 그런 고생은 금세 잊혔다.

전망은 말 그대로, 탁 트인 마드리드였다.
붉은 지붕들, 멀리까지 펼쳐진 거리, 사람들의 점처럼 움직이는 모습까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도시는 언제나 조금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 순간만큼은, 그동안 쌓인 피로나 긴장 같은 게 조금은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산 미구엘 시장

산 미구엘 시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평소에도 소지품은 조심하는 편이었지만,
이곳에서는 더 악착같이 가방을 품에 안고 다녔다.

시장 건물은 단층 구조였고, 두 개의 터널처럼 열린 공간 사이로 시식 코너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여긴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운영되며, 그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정신없이 북적이는 와중에도 다들 맛있는 걸 찾아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긴다.

화장실은 엘리베이터 쪽에 위치해 있고, 계단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시장 내에서 구입한 영수증을 보여줘야만 이용이 가능하다.
모르고 그냥 가면 되돌아가야 한다.

오후가 되어,
거리는 조금씩 여유를 되찾기 시작했다.
뜨겁던 햇살은 부드럽게 누그러졌고,
사람들의 말소리도 오전보다는 한층 낮아져 있었다.

마침 스페인은 축구 시즌이었다.
길을 걷다 보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곳곳에서 마주쳤다. 따라가 보니 맨체스터 유나이트 시티 대형 버스가 보이고 한쪽에서 단체로 사진을 찍는 팬들,
심지어는 함성을 지르는 사람들과 감독의 등장에 악수하는 사람들의 모습
도시는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축구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그 거리의 분위기만큼은 나까지 설레게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마주친 거리는 왠지 모르게 부자의 향기가 물씬 나는 고급스러운 동네였다.
깨끗하게 정돈된 거리와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세련된 가게들과 카페가 줄지어 있었다.
축구 팬들의 흥분과 그곳만의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묘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스페인 경찰들은 말을 타고 다니며 거리를 누비는데,
특히 관광지 쪽에서는 그 수가 더 많아 눈에 띄었다.
그들은 도시 곳곳을 끊임없이 순찰하며, 여행자의 안전을 든든히 지키고 있었다.

“2탄으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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