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 2편

마드리드 2

by 연연

프라도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목 우리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주변 골목을 새어 들어갔다 마드리드의 구시가지에는 오래된 간판과 벽돌들 색이 빛바랜 건물들이 마치 시대의 틈새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작고 단정한 카페 외관을 하나 발견했다. 그 카페는 빵과 커피를 팔았다.

현지인 몇 명이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바리스타는 커피를 다음 손님에게 드리고 우리를 보며

"부에노 디아스~!"라고 웃으며 인사를 했다.

우리도 아침 인사로 "올라~! 부에노 디아스"하고 맞받아쳤다.

카운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약간 잔잔하고

들릴 듯 말듯한 음량의 스타벅스의 분위기가 나는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우리 셋은 크로와상 한 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 스페인 아메리카노는 얼음컵 따로 음료컵 따로 나온다.] 차가운 컵이 손에 닿자 그제야 여행객답게 숨을 돌리는 기분이 들었다. 창문으로 간간히 청소차가 지나가고 늦은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겨 덩달아 우리도 여유 있게 쉬었다.

이 순간에도 나는 내 눈과 내 귀를 열어 [느림] 이 순간을 기록하고자 했다. 언젠가 이감각을 문장으로 되돌릴 수가 있다면 아마 그게 내가 가진 재능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나에겐 여행이란 결국은 기록의 예술인 것과 같다. 아무도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본 것처럼 아무도 느끼지 못한 온도를 느낀 것처럼 그렇게 [ 아무도]의 자리에 나를 세워 보는 일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걷고 바라보고 써 내려간다 그저 좋은 커피 한 잔에 기대어 기분 좋게 말이다.

라도 미술관에 입장할 땐 소지품 검사가 있으니 여권과 티켓을 꼭 챙겨야 한다.

작은 가방도 열어보는 경우가 많아 가볍게 준비해 가는 게 좋다.

미술관을 다녀오고 나서 스페인에서 외국인들이 비교적 편하게 숙박하고 물 같은 생필품도 가격걱정 없이 고를 수 있는 정찰제라 여행자에겐 안성맞춤인 가는 까르푸에 갔다.

이 매장은 쾌적한 매장 분위기에 물건들도 가지런히 정리되어있어 처음 가는 외국인도 눈치 안 보이고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진짜 마음에 드는 건

즉석에서 오렌지를 짜서 바로 페트병에 담아주는 100%생 오렌지 주스

첨가물 하나 없이 그냥 오렌지를 짜서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 준다 매장 한쪽에선 연 주황빛 달달한 많은 오렌지들이 돌면서 기계에 의해 즉석으로 빨려 들어가서 짜진다 나는 옆에서 투명한 페트병에 그 주스가 바로 담아지는 걸 보고 신기해하며 동영상을 찍었다.

[아 여긴 오렌지 주스를 진짜 사랑하는 나라구나] 싶었다.

스페인 마드리드 번화가 한복판

스페인 사람들도 [꼭 여긴 가야 해] 라며 입을 모은다는 대구 맛집을 아침부터 오픈런해서 운 좋게 바로 착석했다.

가격은 조금 있지만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와 음식은 완성도가 너무 좋았다.

비린내는 전혀 없이 대구 살은 부드럽고 혀에서 녹듯 사르르 사라졌다. 한 입 또 한입 먹는 와중에도

다음 접시가 기다려질 정도록 감동을 했다.

알고 보니 이 식당은 바르셀로나에 본점을 둔 곳

이 식당은 현지인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해서 조금이라도 늦으면 긴 줄을 서야 한다.

이른 아침을 택한 게 신의 한 수였다는 걸 음식 한 점을 먹고 바로 알 수 있었다.

스페인에서 세비야로 가기 위한 지하철 안 마침 이어폰을 끼지 않았던 덕분에 현지인이 연주하던 악기소리가 그대로 귀에 닿았다 돈을 벌기 위한 연주였지만 그 재능은 잠시 내 여행을 음악으로 감싸 주었다.

스페인을 자유여행으로 다니다 보면 알게 된다 이 나라에 길거리 연주장에 진짜 실력자들도 많다는 걸 특히 밤이나 오후 사람들이 오가는 시간대에 맞춰 그들은 등장하여 광장 골목 지하철 안 무대는 따로 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연주하고 실력으로 팁을 얻어간다 마치 그들의 무대인 것처럼 자유롭게 재능을 펼쳤다.

예상치 못한 상황

한국에서 여행 전 화상을 입고 스페인에 올 때 깜빡하고 두고 왔다. 그러기에 마드리드에서 어쩔 수 없이 약국을 사야 했다.

-초록색 간판과 파란 간판

초록색 간판은 우리가 아는 연고나 약을 처방받는 곳이다.

파란 간판- 마드리드의 관광지 근처 한인약국이 있는데 거길 가면 약을 못 산다. 파란 약국은 건강 비타민 위주의 약국이다.


약국에 들어서자마자 지친 얼굴로 [ 올라] 하고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스페인어

이건 내가 못 알아듣는다 싶어 번역기를 켜 바로 열심히 타자를 치고 상처를 보여주니


젊은 남성의약사가 많이 쓰라리겠네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나타낸 표정을 지어

내 폰을 보며 선반에 연고를 하나 들어 올렸다.

약사는 상처를 잠시 보더니 열심히 번역기에 대고 설명을 해주었고 꼼꼼한 질문에 귀찮은 기색도 없이

번역기로 다 통해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연고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 연고는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지만 하나는 장담한다. [ 그 연고 덕분에 흉터도 없이 잘 나았다]

약사는 직접 드레싱까지 해주며 하루 몇 회 샤워 후 어떻게 하고 어떻게 관리하고 바르라고 친절히 설명까지 해주었다.

덕분에 여행 중 상처가 짓무름 없이 통증 없이 건강하게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스페인어도, 낯선 도시도 두렵던 순간.


그 따뜻한 손길 하나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아토차 역[Estación de Madrid Atocha]

아토차 역 들어서는 순간 첫인상은 단순했다.

"비둘기가... 너무... 많다~!"

웅장하고 깔끔하고 역의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생각보다 분주했고 여기저기 비둘기들이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먹을 데라고 비둘기들의 아지트처럼 보이는 카페 하나뿐,

차라리 밖에서 사 올걸 그랬다

기차는 출발 40분 전부터 짐 검사에 줄을 서고 마친 후 서둘러 탑승구 안내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기차티켓과 짐검사 캡처 [ 인쇄본] 필수]

여기는 안내방송이 없기에 티비처럼 되어있는 탑승구 안내 장소를 잘 새겨봐야 한다.

스페인 기차 하면 악명이 높은 것이

소매치기

로 유명한 곳답게 곳곳 여행객 흉내 내며 여러 캐리어에 눈길을 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기에 우리는 아시아인이라 외국인들 사이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캐리어 보안을 철저히 하고 아예 캐리어에다가 자전거 걸쇠를 걸어 포기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로 만들었다.

기차역 짐검사 또한 세심하고 엄격했다.

여행자들로 붐비는 플랫폼 잔뜩 긴장한 눈빛들 그리고 그 와중에 느긋한 카페 테이블을 차지한 비둘기들

묘하게 대비되는 풍경 속에서 나는 아토차의 첫 기억을 그렇게 남겼다.


3편 세비야로 오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