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1장 1-1

by 연연
눈은 곧 치워지거나 사라질 것이다.
멀리서 보면 낭만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사소한 운명들이 매일 무너지고 흩어지는 풍경일 뿐이었다.

[계세요?]

문 너머, 중년 배달부의 익숙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트렸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문 앞으로 걸어갔다.

바스락.

바스락.

발자국마다 쌓인 먼지가 눌리며 대신 대답했다.

초인종이 다시 울렸다. 그녀는 문을 열었다.

낮의 빛이 스며들었으나 눈에 닿지 않았다. 그 빛조차 회색으로 탁해졌다.

[우편이 왔습니다.]

[네.]

짧은 대화. 단 한 마디.

그것이 하루의 첫 목소리이자 마지막 목소리였다.

소리 없는 세계에서, 단 1분 동안 바깥으로 불러나온 순간.

문이 닫히고 발소리가 멀어지자, 그녀는 다시 방 안으로 돌아왔다.

아침인지, 밤인지 모를 시간 속. 무거운 몸은 창가로 기울었다.

창밖으로 또 다른 발소리가 다가왔다.

이번에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듯한, 그러나 낯선 울림이었다.

그녀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미래에서 돌아온 남편이 바로 이 문 앞까지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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