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대단한 게 아니고, 문장을 꼭 눈으로 읽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나는 그게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던 사람이다. 나는 오디오북을 원래 안 들었다. ‘종이책’을 ‘정독’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던 독서였다.
지인이, 책을 좋아하면 오디오북을 듣느냐, 들어보는 건 어떠냐 이야기했을 때. 앞에서는 시도해 볼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오디오북 듣는 게 책 읽는 거랑 같냐' 하고 생각했다. 웃긴 건 그때까지 한 번도 오디오북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도 그렇게 생각했다는 거다. 약간 무시했던 것 같다. ‘이봐, 책이라는 건 말이야, 읽는 거야!’라는 식으로.
어떻게 오디오북 무시하던 종이책 근본주의자가 오디오북 권유하는 글까지 쓰게 됐는지 그 이유가 맥락상 나와야 할 것 같지만. 놀랍게도...
어떤 일은 별다른 계기 없이 일어난다. 오디오북을 듣는 행위가 대단한 이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부터 듣기 시작했는지 왜 듣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들어봤고, 괜찮아서 계속 듣게 되었다.
*오디오북의 (당연한) 장점
1. 읽어준다. 눈이 편하다. 눈을 감고도 책을 읽는 매직(수면제)
2. 라디오처럼 듣는다. 산책하면서,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에서, 반신욕 하면서. 장소와 상황의 제약에서 자유롭다.
3. 배속 기능. 콘텐츠 소비 속도를 비약적으로 올릴 수 있다. ‘많이 읽는 게 중요하냐 한 권을 읽더라도 그게 네 것이 될 수 있게 똑바로 읽어야지!’ ‘아, 네. (듣는 건데요)’ 배속에 대한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나는 2배속~3배속으로 듣는다. 오디오북 어플에는 배속기능이 당연하다는 듯이 탑재되어 있다.
4. 완독률이 높고 진입장벽이 낮다. 책을 꼭 완독해야 하는가?라고 한다면 당연히 ‘아니요’라고 답하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끝장 보는 게 낫지 않나. 책은 사람마다 읽는 속도가 다르다.(독서 경험이 적을수록 책 한 권, 한 권이 어디야 몇 장 읽기도 벅차다) 반면, 오디오북은 재생시간이 정해져 있다. 라디오나 노랫소리에 항상 온 힘을 다해 귀 기울이지는 않듯이. 오디오북도 그렇게 틀어놓고 흘려듣는다. 그러면 끝이 난다. 완전히 집중할 필요 없다는 점. 단어 하나, 문장하나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점이 책을 접할 때의 진입장벽을 낮춰 준다. 종이 책으로 마주하면 절대 펼치고 싶지 않은 책도 오디오북과 함께라면 언제든지 오케이야.
*밀리의 서재 VS 윌라 오디오북
전자책을 읽으려고 ’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여 사용 중에 그 콘텐츠 중에 오디오북도 있어서 들어보기 시작했다. 이후에 ‘윌라 오디오북’을 알게 되어 이용 중이다. 둘을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단순 비교해 보자. 초초초단순비교. 오디오북만 놓고 보면 콘텐츠 폭, 편의성에서 윌라가 낫다는 개인 의견.(광고 아님/관계자 아님) 사실 선택은 쉽다. 오디오북만 듣는다면 윌라. 전자책도 읽는다면 밀리의 서재. 난 둘 다.
*콘텐츠 추천
어떤 콘텐츠를 고르는가. 정답은 없다. 여기부터는 취향의 영역이고 이건 나의 취향공유. 오디오북은 낭독자가 전문성우인 것을 선호한다. 낭독자가 누구인지는 중요하다.
추천 목록(윌라)
- <참 괜찮은 태도> : 내게 가장 재밌는 스토리는 픽션보다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 이야기. 저자는 박지현. 다큐 3일, 유퀴즈온더블록의 다큐멘터리 디렉터.
- <뭐든 해봐요> : 감동이지만 신파는 아닌 이야기와 태도. 내가 모르던 오디오북의 역할을 알게 된 계기. 저자는 법전이 보이지 않아서, 소리로 들었다. 의료사고로 실명, 시각장애인이 된 판사 김동현 에세이.
- <믿습니까? 믿습니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다른 주제의 세 가지 도서를 한데 묶은 이유는 놀랍게도 한 명의 저자가 쓴 책이기 때문이다. 각각 미신, 마약, 과학의 여러 이야기들 풀어냈다. 대단히 놀라운 통찰과 깊은 감동은 없다. 추천이유는 하나, 재밌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경험은 언제나 즐겁다. 내 취향을 알아가고, 내 세계를 넓혀가는 일이다.
독서는 좋아하지만 오디오북을 등한시하는 활자중독자들에게 오디오북 듣기를 권한다.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주저했던 모든 이들에게 오디오북 듣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