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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Sep 15. 2023

하루키와 달리기

독서 X 달리기

무라카미 하루키. 하나의 현상이자 아이콘. 책을 좋아하는지, 독서를 하는지 와는 별개로 하루키의 이름 정도는 대부분 한국사람들이 들어봤을 것이다. <상실의 시대>, <1Q84>등. 놀랍게도 나는 그의 소설을 거의 읽어 본적이 없다. 하지만 하루키의 소설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의 영향을 받은 한국 작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루키의 작품외적으로  직업에 대한 태도나 말들도 영향을 많이 끼쳤다. 유명한 포인트일상 노동으로서의 소설작업, 규칙적인 생활과 정해진 양의 작업을 소화하는 것, 그리고 마라톤을 하는 것.


달리기를 꾸준하게 하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봤다. 달리기를 주제로 한 책도 여러 권 읽게 되었는데 그중에 최고는 역시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오래전, 달리기에 관심도 없을 때 읽었을 때는 ‘괜찮은 에세이네’ 정도였다면. 이제는 ‘러너에게 경전이 있다면 이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달리기뿐만 아니라 인생전체를 관통하는 생각과 태도에 있어서 정말 배울 점이 많다. 모든 내용과 문장을 찬양하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가장 인상 깊은 구절 하나만 언급해 볼까 한다.


 나는 달리기를 주위의 누군가에게 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달리는 것은 근사한 것이니까 모두 함께 달립시다" 같은 말은 되도록 입에 담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만약 긴 거리를 달리는 것에 흥미가 있다면, 그냥 놔둬도 그 사람은 언젠가 스스로 달리기 시작할 것이고, 흥미가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권한다고 해도 허사일 것이다. 마라톤은 만인을 위한 스포츠는 아니다. 소설가가 만인을 위한 직업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누군가에게 권유를 받거나, 요구를 받아 소설가가 된 것은 아니다(만류를 당한 적은 있지만). 느낀 바가 있어 내 멋대로 소설가가 되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사람은 누군가 권한다고 해서 러너가 되지는 않는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될 만해서 러너가 되는 것이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p.73-74


 나는 내 멋대로 하고 살면서 왜 타인에게는 나의 기준을 강요할까. 입이 정 근질근질하다면, 정말 상대방이 잘됐으면 하는 좋은 마음으로 권한다면, 한 번으로 족할 일이다. 내 멋대로 할게. 네 멋대로 해라!


 달리기를 하다가 가끔, '하루키씨는 아직도 달릴까? 오늘도 달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 정보를 찾아보지는 않는다. 그가 달리던 달리지 않던, 사실 크게 상관없지 않나 한다. 나는 나만의 달리기를 계속 해나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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