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인 손님, 그리고 파고다 학원으로 이어진 선택
어느 날, 매장에 일본인 손님이 들어왔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손짓과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며 옷을 골라드렸고,
다행히 마음에 드는 옷을 찾으신 듯했다.
하지만 계산을 마치고 돌아가시던 그분의 뒷모습이 이상하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고맙다는 인사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그날 이후로 나는 자주 생각했다.
‘조금만 더 말이 통했더라면, 그분을 더 잘 도와드릴 수 있었을 텐데.’
그 아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곧 분명한 결심이 되었다.
단순히 친절한 직원이 아니라, 누군가의 필요에 제대로 응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종로 파고다 학원에 등록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수업을 듣고, 곧장 매장으로 출근하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퇴근 후에는 지친 몸을 이끌고 복습을 했고, 쉬는 날에도 예습을 거르지 않았다.
피곤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성실함은 조금씩 변화를 가져왔다.
비록 완벽한 문장은 아니었지만, 나 자신이 어제와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스스로에 대한 신뢰였다.
타인에게 더 잘하고 싶어 시작한 공부였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마음먹은 것을 묵묵히 해내는 나’를 만났다.
‘나는 하면 한다’는 단단한 감각이 생애 처음으로 마음속에 뿌리내린 순간이었다.
돌아보면 그 선택은 단순히 외국어를 배우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더 다정하게 닿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나 스스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는 의지가 나를 움직였던 것이다.
그날의 서툰 대화에서 시작된 이 마음은,
이제 나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