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속의 시간들, 도망치지 않고 머문 자리

– 옷이 좋았고, 사람이 좋았고, 그저 성실하게 일했다

by 티앤티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모든 것이 낯설었다.
매장은 밝았지만 마음은 늘 긴장되어 있었고, 하루 종일 서 있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고됐다.

구두 안에서 발은 점점 아파왔고, 퇴근할 무렵이면 다리가 아닌 몸 전체가 무거워졌다.

집에 돌아오면 씻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날도 많았다.

그래도 다음 날이면 다시 출근했다.


면접 때 “서서 일하는 게 힘든데 괜찮겠어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이 내 안에서 작은 약속처럼 남아 있었다.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일 자체가 힘들기보다는, 익숙해지기까지의 시간이 버거웠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서툴렀다.

손님 앞에서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매장의 흐름을 읽는 일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 이틀,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내가 추천한 옷을 맘에 들어하며 구입해 가시는 손님도 있었고,

따님옷을 구매하신다고 해서 대신 입어보며 판매한 적도 있었다.

어머니의 " 너무 이쁘다~ 고마워요"라는 한마디에 나도 기분이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나의 일에 처음으로 뿌듯함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일은 단순히 서서 버티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마주하고 연결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 또한 그 일을 제법 잘 해내고 있다는 것도...


그 시절 나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낯설고 두려운 순간마다 도망치지 않았고, 익숙해질 때까지 묵묵히 내 자리를 지켰다.

지금 돌아보니,

구두 속에서 퉁퉁 붓던 발끝을 견디며 서 있던 그 어린 시절의 내가 대견하다.

도망치지 않고 자리를 지켰던 그 시간들이 촘촘히 쌓여,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되어주었음을 이제는 안다.


그 시절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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