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삶을 이해하게 된 순간

— 딸로서 처음 느낀 마음의 무게

by 티앤티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엄마를 ‘엄마’라는 이름 대신 한 사람의 여성으로 바라보게 된 순간이 있었다.

늘 당연하게 내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의 귀한 딸이었고, 수줍은 아내였으며,

긴 세월 가족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기꺼이 뒤로 미뤄온 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엄마는 원래부터 강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아프다는 말도, 힘들다는 기색도 없이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엄마라는 존재의 본성인 줄 알았다.

그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엄마는 당연히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인 줄로만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 또한 삶의 무게를 아는 나이가 되자,

엄마의 하루가 얼마나 많은 인내와 포기로 채워져 있었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딸로, 아내로, 종갓집 며느리로, 또 나의 어머니로 살아오며

그녀가 자기 몫의 시간을 얼마나 고요하게 양보해 왔는지 알게 된 것이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예전엔 미처 몰랐던 것들이 마음을 건드렸다.

잠시 허공을 응시하는 무거운 표정, 짧게 스쳐 지나가는 한숨 같은 것들.

전에는 배경처럼 지나쳤을 일들이 이제는 아픈 질문이 되어 내게 다가왔다.


내가 나이가 들어 철이 들고서야 깨달았다.

엄마도 누군가에게 마음껏 기대고 싶었을 것이고,

누군가로부터는 따뜻한 위로를 받아야 했던 연약한 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마음 한편이 조용히 묵직해졌다.

그날 이후로 엄마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전과 같을 수 없었다.

이제 그녀는 나를 보살펴주는 대상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한 사람이었다.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건,

부모의 삶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오롯이 이해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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