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하고 단단한 인내
엄마는 늘 괜찮다고 말했다.
힘들어도, 조금 지쳐 보여도 엄마의 대답은 언제나 “괜찮아”였다.
그 말은 어느새 습관처럼 엄마의 입가에 머물렀고,
나는 그 말을 너무도 쉽게, 그리고 참 오랫동안 믿어버렸다.
할머니께서 오랜 시간 편찮으셨을 때도 그랬다.
간호와 집안일을 병행하면서도 엄마는 힘들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것이 당연한 숙명인 듯,
엄마는 그렇게 자신을 지워가며 가족을 돌봤다.
긴 시간이 지나고 엄마에게도 휴식이 찾아왔을 때,
나는 이제 엄마가 편안해질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내 짐작은 빗나갔다.
긴장이 풀린 자리에 찾아온 것은 평온함이 아니라 깊은 공허함이었다.
평생 누군가를 위해 살아온 엄마에게,
돌볼 대상이 사라진 일상은 오히려 견디기 힘든 적막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처음으로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하지만 단단하게 입을 뗐다.
“이제는 엄마도, 엄마 인생을 살아.”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무작정 문화센터로 가서 아쿠아 수강 등록을 마쳤다.
그날 이후, 아침부터 바쁜 일정을 보내고 돌아온 엄마의 표정은 한결 좋아 보였다.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엄마의 하루는 그렇게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나는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오랜 시간 당연하게 여겼던 그 한마디가, 엄마의 가장 고요하고도 단단한 인내였음을.
엄마의 “괜찮다”는 말속에는, 가족을 위해 기꺼이 버텨온 사랑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나는 이제 엄마의 "괜찮아" 뒤에 숨은 마음을 살피며, 그 곁에서 엄마의 시간을 함께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