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상인들의 삶을 엿보다
어제부터 목안이 조금씩 간지럽기 시작하더니, 밤새 목이 조금씩 부어갔습니다.
약간의 이물감과 인후통으로 추측컨대, 감기증상의 시작이었습니다.
저의 감기증상은 목으로 시작해서 코로 옮겨감을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익히 잘 알고 있거든요.
조금 빨리 진료를 받으려고 병원의 진료시작 시간인 오전9시보다 15분 일찍 병원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게 왠걸, 이미 병원안은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독감에 감기에 코로나까지 유행한다는 얘기가 거짓말이 아님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접수한 이후로도 무수히 많은 환자들이 끊임없이 병원으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병원운영을 한다면 이 병원은 돈벌이가 정말 괜찮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진료를 마치고 약처방을 받은 뒤, 물건을 사러 재래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평소에 붐비던 시장은 한산한 편이었습니다.
장날이 어제 끝났고, 날씨도 조금씩 추워지기 시작해서 그런가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인들은 장사를 위한 준비로 모두 분주했습니다.
횟감을 썰고 있는 상인, 국밥을 끓이고 있는 상인, 전을 부치고 있는 상인, 떡을 만들고 있는 상인, 족발을 썰고 있는 상인, 과일을 정리중인 상인, 밑반찬을 준비중인 상인 등.
재래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현대화하였지만, 골목사이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러 이리저리 둘러보며 다니는 동안에도, 찬바람은 끊임없이 불어왔고, 손은 차갑게 얼어만 갔습니다.
아마도 이 분들은 오늘 장사를 위해 적어도 아침7시에는 시장으로 나와서 오늘 팔 물건들을 준비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얼굴을 할퀴는 추운 날씨와 꽁꽁 얼어붙는 손을 불어가면서 말입니다.
여름에는 선풍기를 튼다든지 얼음 물을 마신다든지 하면서 더위를 조금씩 피해갈 수 있을텐데, 겨울에는 온 몸을 파고드는 추위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니 일 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닐 겁니다.
만약 저보고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자신이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분들도 분명 누군가의 할아버지,할머니,아빠,엄마, 혹은 형, 누나일 겁니다.
가족들 혹은 나의 생계를 위해 생업의 일선에서 한겨울의 추위와 맞서 싸우고 있는 겁니다.
설령 그들이 조금 친절하지 않아도, 가격이 조금 싸지는 않더라도 그냥 그들의 물건을 살 겁니다.
특히, 이곳 재래시장은 저의 고등학교 시절 추억이 뭍어있는 곳이기에 저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3년내내 이곳을 드나들며 등하교를 했고, 수시로 이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샀던 곳이니까요.
그래서 누구보다 이곳에 대한 애정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1월말 설연휴가 지나면 금방 2월이 되고, 2월은 28일밖에 안되니 금방 지나갈 겁니다.
그러면 3월이 될 것이고, 금방 봄이 오겠네요.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면 시장에서 일하시는 상인들도 조금 편해지지 않을까요?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2010년대 초반까지 KBS에서 방송했던 "체험 삶의현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이름있는 인사들이 치열한 노동의 현장에서 체험을 하고 그 돈을 기부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오늘 아침 문득 재래시장을 다녀와서 오래된 그 프로그램이 생각났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치열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