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스파이 글쓰기 2주 차-

by 로오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어쩜 이렇게 지조가 없을까.

어쩜 이렇게 제멋대로인가.


갈팡질팡하는 것이 마치 내 머릿속처럼 변덕스럽다.


"그런 건 진짜가 아니야"


라고 누가 그랬다.

그렇다. 진짜가 아닐지도 모른다.


드라마 <프로보노> 속의 주인공들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진실을 찾아 고군분투한다. 의뢰인이 원했던 것은 진실이었지만 그 진실은 결국 모든 것을 파국에 이르게 한다. <이. 사. 통> 속의 주인공은 진실을 덮어두려다 장애를 겪게 된다. 만약 그녀가 진실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어쩌면 밝고 맑고 아름다운 어른으로 잘 자랐겠지만, 매력적인 여주인공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태어나서 부모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학대받아 자란 아이는 불량한 청소년 시기를 지나 나락으로 떨어지는 어른의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부모의 극진한 사랑과 환대 속에서 생을 시작한 아이는 든든한 지원과 보호아래 잘 커서 따뜻한 심성을 가진 넉넉한 어른으로 잘 살고 있을 수도 있다. 과연 이 세상천지라는 곳은 인생이 이렇게 고정값일까?


처음에는 "을"의 입장으로 계약서에 사인했어도 종종 "갑"이 되어 또 다른 "을"에게 계약서를 내밀어 볼 수도 있다. 부모는 잃었지만 인품 좋은 조부모님 밑에서 잘 자랄 수도 있다. A는 대학교를 중퇴했지만 학점은행제로 보육교사자격증을 공부하던 중에 아동가정학위증을 받아서 전공자가 되었다. 20세기의 테토남들은 요즘 성감수성으로 따져보면 범죄자들이다. 실리콘 밸리의 개발자 부모들은 본인의 자녀들의 스크린타임을 제한한다는 다큐를 본 적이 있다. 모바일 게임의 작화가로 화려한 일러스트를 담당하던 J는 교육용 콘텐츠의 편집일을 하는 조건으로 생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비빌 친정이 없는 B는 시댁에 살가운 며느리가 되었고, 볼 것 없는 사돈댁이 탐탁지 않아서 결혼을 반대하던 B의 시어머니는 남들보다 아들내외와 손주들을 더 자주 보고 있다.


친구 H는 원래가 꼼꼼하고 빈틈없는 성격이다. 낙서처럼 갈겨대는 빽빽이마저 가지런히 적어 내려 가는 매사에 반듯하고 차분한 사람이다. H의 타고난 그녀의 성품과는 다르게 그녀의 치아들은 제멋대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남들보다 두 배는 더 열심히 양치질을 꼼꼼하게 했었기에 충치 없이 잘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30대에 접어든 H는 드디어 치아교정을 시작했다. 치과의사는 꼼꼼한 칫솔질로 입 안을 잘 관리한 그녀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서 교정기를 제거한 H는 반듯하게 자리 잡은 치아들을 내보이며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입안에 피가 나고 잇몸이 아팠던 H는 병원을 찾았고, 치과의사는 그녀에게 양치질을 적당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히 꼼꼼했던 칫솔질은 가지런하지 못한 치아를 청결히 관리하는 데는 적합했지만, 가지런히 자리 잡은 치아에는 맞지 않았다. 그녀의 칫솟질에 잇몸과 치아는 고통받고 있었다.


이처럼 그때는 맞았던 일이 지금은 틀릴 수 있는 것이 세상 이치가 아닐까?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변함없는 일들도 분명히 있다. 가짜 혹은 진짜가 아닌, 변함없다는 것이 진짜인 그런 일.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걱정, 염려 그런 종류의 것. 부모를 향한 자식의 사랑, 염려, 걱정 그런 종류의 것.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길이 없다고들 하는데. 결국 변하지 않는 것에는 사람이 엮여있다는 건 또 무엇인지.





#머릿속처럼(머릿속으로)#갑#세상천지#프로보노#이사통#나크작#스파이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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