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파이 글쓰기 4주 차 -
스펙트럼 (Spectrum)
빛이 프리즘이나 분광기를 통과할 때 파장(색)에 따라 분산되어 나타나는 색의 띠
증상이 가벼운 경우부터 중증까지 다양한 행동 특징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
스펙트럼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 본 것은 초등학생 때 과학시간이었어. 인간이 어떻게 무지개를 인식하는지 아니면 무지개라는 것은 어떻게 인간의 앞에 나타나게 되는지. 선생님께서 어떤 순서로 설명하셨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나는 그때 처음 그 단어를 인지하게 되었지.
굵은소금으로 가글 하면 입속이 깨끗해진다는 건 알지만, 원리는 몰라. 세탁비누로 찌든 때를 잘 제거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원리는 몰라. 싱크대 배수구 등을 청소할 때 베이킹 소다등을 사용하면 더 위생적이라는 것도 알아서 잘 사용하지만, 역시 원리는 몰라. 가끔은 정말 가끔은 손톱에 때가 끼는 횟수보다 더 가끔은 어떻게 그런 작용이 일어나는지 궁금하기는 해. 하지만 나는 이공계도 아니고 대체로 관심이 없는 편이야.
그런데 말이야. 과학이라는 두 글자를 전혀 사용할 일이 없는 나도, 그리고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도 스펙트럼이라는 단어는 전혀 생소하지 않아. 스펙트럼이라는 건 어떤 증상 같은 거야. 프리즘이나 분광기를 모르는 사람들도 자폐 스펙트럼은 들어봤을 거야. 자폐증에서 자폐 스펙트럼으로 단어가 바뀌는 과정도 흥미롭지. 지금 이 사회는 말이야.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 같아. 누구나 어떤 스펙트럼 안에 있어. 덜 하거나 더 하거나 차이야. 약간의 우울감이 며칠이고 지속되면 우울증이래. 우울감 없는 사람 있어? 지나치게 산만하거나 과하게 흥분하거나 몰입하는 정도에 따라 경증 adhd를 진단받을 수도 있어. 삶이 불편해질 만큼은 아니어도 우리 모두 흥분하거나 산만할 때가 있잖아?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도저히 이길 수 없을 때도 있어. 과연 그렇게 화를 낼 일이었나를 돌이켜보면 사실 별 일 아닐 때가 더 많아. 21세기 호모사피언스의 삶에 과연 분노라는 것이 도움이 되기는 할까? 분노조절장애라는 거.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어. <이숙캠>이나 <금쪽이> 같은 방송을 보다 보면 어느새 거울 치료 중인 나를 발견하게 되면서 깜짝 놀라는 거. 나만 그런 거 아니지?
누구나 고단한 인생을 버티게 해 주는 문장 하나쯤은 가지고 있잖아? 나도 있어.
"니가 뭐라고. 너 특별하지 않아."
이 무슨 김 빠지는 소리냐고?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의지할 곳 없어 외로움에 몸서리칠 때마다 내가 되뇐 말이야. 나만 겪는 불행이 아니라고. 누구라도 어떤 불행은 있을 것이라고.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특별해진 여러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나는 특별하지 않다고. 죽을 만큼 힘든 괴로움은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인 말이야. 희한하게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거 깨닫고 나면 버텨지더라고. 마음을 다잡고 삶을 살아내기 위했던 저 문장이. 이제는 마음을 다잡는데 쓰이고 있어.
너만 겪는 우울이 아니야.
너만 화를 참지 못 하는 게 아니야.
너만 마음이 괴로운 게 아니야.
너만 특별히 약한 게 아니야.
누구나 약간은 아파. 좋은 기억으로 다정한 사람들로 그럭저럭 위로받고 산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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