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참 어렵다.

- 스파이글쓰기 5 주차

by 로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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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2주 연속 하락 중이다. 집을 내놓아도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대한민국 부의 상징인 강남이 저렇다니!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가 있구나 싶다. 사실 이번 정부가 특별히 새롭게 만든 건 아니다. 잠시 그 집행이 미뤄줬던 법이 때가 되어 집행되는 것뿐인데, 하필 지금이라 아마도 집행이 되고야 말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과는 다르게 국내 주식 시장은 매우 불장이다. 2025년을 마감하면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정상화가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주주들로 하여금 극한의 기쁨을 누리게 했다.


한창 반도체가 떠오르기 시작하던 2025년 가을 어느 날. 하이닉스 원 톱으로 국내장을 주도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원래 매도와 매수에 신중을 기하는 편이다. 가격을 정하고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도 망설인다. 매도는 또 어떠한가. 50원이라도 비싸게 팔려고 가격창에 집중한다. 급등하며 매일 상한가를 갈아치우는 하이닉스 주식을 며칠간 지켜보다가 40만 원까지 값이 뛴 것을 보고 나는 용감하게 10주를 매수했다. 나름의 눈치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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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하이닉스 주가가 50만 원을 넘겼다. 주식창을 확인해 보니 모든 증권사가 sk하이닉스에 BUY라고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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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나는 앉은자리에서 200만 원을 벌었다. 손에 땀이 났다. 10주를 더 사야 하나? 그냥 올인할까?


인생 처음 주당 40만 원 하는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인지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실로 오랜만에 열이 나고 아팠다. 유난히 아프고 끙끙대던 며칠을 정말 sk하이닉스의 빨간색만 보며 버티고 있었다. 용기를 내라고 너는 할 수 있다고 주식창의 빨간색이 내 기운을 북돋워주었지만, 몸은 더욱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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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열이 38도가 넘어간 나는 해열제를 털어먹고 침대에 누웠다. 불 꺼진 침실에 가만히 누워서 주식앱을 열었다. 내 몸의 열은 작은 알약의 화학작용으로 식어가겠지만, 주식창의 빨간색의 그 파워는 내 마음을 더욱 뜨겁게 할 참이었다. 지난 며칠간 40만닉스에서 60만닉스가 되어가는 그 며칠 동안 사실 내 마음이 편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폭등하는 주가에 불안하기도 했었다.


어?


어?


어어?


오른쪽 엄지의 지문을 부지런히 찍어 누르며 주식앱의 구석구석을 훑었다. 아무리 찾아도 sk하이닉스가 보이지 않았다. 열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고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그 때문인지 손도 떨렸다.


어??


어어어어 어????


카톡창을 열어 증권사의 알림을 확인했지만 역시 sk하이닉스는 없다.

지인에게 40만닉스의 매수를 알렸던 카톡 메시지를 확인하고 그 날짜의 체결내역을 확인해 보았다. 체결내역에 있어야 할 내 40만닉스 10주는 같은 날 미체결내역에서 확인되었다. 500원 상관이었다. 500원에 살까 1000원에 살까 고민하다가 나름 좋은 타이밍에 매수를 눌렀는데 500원이 부족해서 나는 200만 원을 날려버린 것이다!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났다는 상투적인 표현을 몸소 체험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백년지기 남편에게 달려가서 이 사실을 알렸고, 비틀대며 복도를 지나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 내가 처한 현실을 서서 감당할만한 컨디션은 아니었다. 휴대폰은 침대 어딘가에 버려두고 내 것이었던 적이 없는 200만 원을 아까워하며. 그렇게 끙끙대고 있었다.


이 멍청한 계집애 같으니라고!



TMI >> 잠시 떨어졌을 때 다시 구매했다가 절반 손절하고 나머지 절반 익절하고 돌아서니 백만닉스가 되어 있더라는....


#북돋워주더군요#그림자#때문인지#계집애#당신#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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