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의 편인가?
“너 이번에 누구 찍었니?”
나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나라는 비밀 선거입니다. 말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 세 번째 거절했을 때도, 네 번째 질문이 다시 돌아왔다. 결국 나는 답해 버렸다. 그 순간 선생님의 표정이 굳었다.
“너처럼 머리가 좋은 애가 왜 그 사람을 지지하니?”
나는 성경 이야기를 꺼냈다. 선생님은 정치 이야기를 꺼냈다. 대화는 길지 않았다.
“됐다. 내 가게에서 나가.”
나는 쫓겨나듯 문을 나왔다.
이데올로기(Ideology)는 사회와 인간, 그리고 국가가 어떻게 조직되고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일정한 방향과 목적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생각의 틀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의견이나 가치관을 넘어 정치와 경제, 문화와 제도 등 현실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사람들의 판단과 행동을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이데올로기는 특정 집단이나 사회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그 선택을 정당화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성경은 정치나 사상 자체를 부정하지 않지만, 그것이 하나님보다 더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순간 신앙은 왜곡될 수 있다. 우리가 어느 순간 하나님보다 자신의 생각이나 진영을 더 신뢰하게 된다면, 그때 우리는 신앙인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과 북이 나뉜 우리나라는 이제 좌와 우로 나뉘고 있다. 이러한 분열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성경 속 이스라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스라엘 왕국의 분열은 성경에서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정치적 분열 사건이다. 솔로몬 왕이 죽은 뒤 그의 아들 르호보암이 왕이 되었을 때, 백성들은 과도한 세금과 강제노동을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르호보암은 원로들의 조언을 버리고 젊은 신하들의 말을 따라 오히려 더 강하게 통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결정으로 인해 북쪽 열 지파는 여로보암을 왕으로 세우며 독립했고, 남쪽은 유다와 베냐민 지파 중심의 남유다 왕국으로 남게 되었다. 이렇게 하나의 이스라엘 왕국은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라는 두 나라로 갈라지게 되었으며, 이 사건은 열왕기상 12장에 기록되어 있다. 이 분열은 단순한 정치적 갈등을 넘어 우상숭배, 종교 혼합, 전쟁 등 영적·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졌다.
이에 이스라엘이 다윗의 집을 배반하여
오늘까지 이르니라
열왕기상 12장 19절
그렇다면 두 나라는 다시 하나가 되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구약 역사 속에서 정치적으로 완전히 다시 통일되지는 않았다. 북이스라엘은 기원전 722년에 앗수르에 의해 멸망하여 민족적으로 흩어졌고, 남유다도 기원전 586년에 바벨론에 의해 멸망하여 포로로 끌려갔다. 이후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유다 공동체가 예루살렘 중심으로 신앙 공동체를 재건하면서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의 신앙적 정체성은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과거와 같은 통일 왕국은 다시 세워지지 않았다. 신약에 이르러서는 정치적 통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백성이 영적으로 하나 되는 것이 더 중요한 회복의 의미로 강조된다.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로버트 리'라는 뛰어난 책략가로 인하여 북군이 참패를 경험하고 있을 때, 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께 ‘우리 편이 되어달라’고 기도하지 마시고, ‘우리가 하나님의 편에 서게 해 달라’고 기도해 주십시오.” 좌편도, 우편도 아닌 하나님 편. 그곳이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다.
그런즉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명령하신 대로 너희는 삼가 행하여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신명기 5장 32절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정치관은 신명기 5장 32절의 말씀에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명령하신 길을 따라가라고 하셨다. 지금 우리 사회는 좌와 우로 깊이 나뉘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갈등하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 역시 어느 순간 특정한 입장과 판단에 마음이 기울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정치에 대한 생각을 말할 때 나는 그것이 신앙적 확신이라고 믿었지만, 돌이켜 보면 하나님보다 나의 판단을 더 신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그리스도인은 정치에 무관심하게 살아야 하는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성경의 말씀에 비추어 세상을 분별하려는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분별이 언제든 나의 확신이나 진영 논리에 갇힐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인정해야 한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말씀은 단순히 중간에 서라는 뜻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기준으로 삼으라는 부르심일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어느 편에 서 있는가가 아니라, 나의 마음이 하나님을 향해 있는가 하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
에베소서 4장 3절
예수 그리스도가 이스라엘을 영적으로 하나 되게 한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 안에서 하나 되어야 한다. 하나님이 계시고, 안 계시고의 차이는 크다.
하나가 되거나, 둘로 쪼개지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