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회가 되어야 할 시간
수련회가 끝나갈 무렵, 목사님께서 기도하셨다.
“주님, 여기가 너무 좋사오니 초막 셋을 짓고 머물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감당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 기도를 들으며 문득 현실이 떠올랐다. 수련회 다음날이 개강이었다. 성전 문을 나서면 광야가 있었다. 다시 왕복 3시간의 통학을 해야 했고, 학교와 일터로 돌아가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수련회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이곳에 머물며 기도하고, 예배하고, 사랑하는 지체들과 말씀을 나누고 싶었다. 하나님께 어린아이처럼 떼쓰고 싶은 마음이었다.
스크루테이프 같은 악마가 나에게 속삭이는 듯 했다.
"성전 밖은 위험해!"
그래서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했다.
“주님, 저는 또 세상으로 돌아갑니다. 학교로, 일터로, 해야 할 책임들 앞으로 갑니다. 솔직하게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제 뜻보다 하나님의 뜻이 저를 이끌게 해 주세요.”
결국 수련회는 끝났다.
여전히 버거운 날들이 있었다. 회식 자리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따분한 인간 취급을 당하기도 하고, 앱을 만들 때는 큰 수익을 차지하던 광고가 성경적이지 않아 수익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었다. 몸도 마음도 쉽게 지쳤다. 믿음으로 살아 보려 하는데도 현실은 만만하지 않았다.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는데, 다시 감당해야 할 과제들과 사람들, 책임들이 눈앞에 산더미처럼 놓여 있다니!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날들 속에서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지친 하루를 버티고 있으면서도, 무너지지 않은 채 웃고있는 나를 발견했다.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이, 그럴때 유난히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때 깨달았다.
성전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가 진짜 신앙생활의 시작이라는 것을.
교회 안에서 예배드리고 기도하는 시간은 참 좋다. 그러나 그 은혜는 결국 성전 문 밖으로 흘러야 한다. 학교나 회사에서도 신앙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고, 세상의 방식과 말씀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순간도 있다. 기도하며 믿음으로 버티고 있는데도 몸이 아프고 마음이 지칠 때도 있다. 어쩌면 바로 그런 순간들 속에서, 우리의 믿음은 비로소 삶의 태도가 된다.
예수께서 또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
요한복음 20장 21절
성전 문을 나서면, 그때부터는 내가 교회가 되어야 할 시간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 속으로 보냄 받은 교회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교회에서 위로를 받고 회복을 경험한다. 그리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 누군가를 살리는 말 한마디가 되고, 누군가를 정죄하지 않는 태도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이 되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과 동행한다면, 그 사랑은 결국 삶 속에서 흘러나온다고 믿는다.
하나님의 성전과 우상이 어찌 일치가 되리오
우리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성전이라 이와 같이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내가 그들 가운데 거하며
두루 행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리라
고린도후서 6장 16절
바울은 “우리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성전이라”라고 말한다. 성전은 하나님이 거하시는 자리다. 하나님은 건물 안에만 머무시는 분이 아니라, 자기 백성 가운데 거하시는 분이시다. 그렇기에 성전 문을 나선 뒤에도 신앙은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부터 우리는 세상 속에서 살아 있는 성전으로,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 글은, 성전 밖에서 교회로 살아내려는 분투를 기록하려 한다.
브런치북을 만들 때, 브런치북의 주소를 적어달라는 창이 나왔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썼다.
I am the Church
성전 밖으로 나온 그리스도인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다시 교회가 되어 가는지, 믿음과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 흔들리고 넘어지며, 또 어떻게 하나님께 돌아오는지를 써 내려가고 싶다. 대학생활과 스타트업, 인턴 생활을 병행하면서, 매 순간 삶으로 느낀 하나님을 기록하고 싶다. 완전해서 쓰는 글이 아니라, 부족한 채로 붙들려 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글이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내가 교회입니다”라고 쉽게 말하는 선언문이 아니다. 오히려 주님이 허락하신 십자가를 지기 위해 매일 분투하는 한 사람의 고백에 가깝다.
이 글의 어느 부분에 은혜가 있다면, 그것은 성령님께서 쓰신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부족한 모든 문장은, 아직도 배워 가는 나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