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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Jul 19. 2024

입사 4개월, 이직을 알아본다

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 이유

진짜 가고 싶었던 두 회사의 파이널에서 떨어진 후, 전 직장 상사가 나에게 연락을 해서 여태껏 같이 일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주는 행복도 잠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툭툭 던지는 기분 나쁜 말들, 말도 안 되는 생트집, 종종 영어로 꼽을 주는 듯한 말투까지. 한국이 중국과 비슷한 줄 알고 파키스탄과 인도가 중동인 줄 아는 그녀는 자기 편할 때만 '하프 아시안'이라고 자랑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진짜 무지한 백인 그 자체였다.


나는 아직까지 그녀와 일을 할 때 긴장을 많이 하고 불안하다. 나의 실수를 계속해서 지적하고, 그냥 넘어갈 법도 한 일도 생트집을 잡아서 잔소리를 한다. 가장 최악인 건 그런 트집을 언제 잡을지 모른다는 거다. 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자신의 기분이 좋으면 넘어가고, 좋지 않으면 사정없이 물어뜯는, 제대로 된 기분파다. 그런 그녀와 단둘이 일을 하려다 보니 예측이 되질 않아 계속 긴장하고 있게 된다. 그래서 지난 2주 내내 두통에 시달리며 결국 토요일에 침을 맞으러 가기로 했다(13만 원 내야하는 건 안비밀).


이렇게 긴장되는 환경 속에서 일을 하는 것도 싫지만, 그녀가 나의 배움을 막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화가 난다. 나에게 스스럼없이 '그건 네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야' '그건 네 지식 밖이야'라고 내뱉고, "네가 배우고 싶으면 언제든지 알려줄게,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라고 말하는 그녀. 자신이 모든 일을 다 해야 하는 그녀의 성격상 내가 무언가 배우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마 내게 기회를 주고 싶지 않고 자신이 힘을 가지고 싶은거겠지. 지난 열흘간 그녀가 휴가를 감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 밑에서 계속 일을 했다간 별로 배울 수 있는 게 없겠다 싶었다.


또,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서 일하는 캐나다 회사와는 다르게,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나를 제외한 모두가 원어민이다. 모든 고객들도 포함해서 정말 나 하나만 비원어민이다. 그 환경에서 오는 주눅감, 긴장감 그리고 불안감이 이 일을 지속할 수 없겠다, 하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다.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주는 안정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에게서 오는 동질감. 그들과 일해보고 싶다. 더 다양한 사람과 큰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문제는 고용을 안 한다는 거지만.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긴장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지, 얼마나 더 아파야 나아질지 모르겠다. 빨리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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