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자친구도 마찬가지거든요
내가 실업자였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실업자를 탈출한 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나고, 내가 실업자를 탈출한 지 두 달이 지날 무렵 내 남자친구도 정리해고를 당했다. 새로운 가게가 생겨나고 문을 닫는 일이 많아지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실업을 겪는 것을 보고 난 후에 느끼는 바가 컸다. 가끔 꿈에서 정리해고를 당하는 꿈을 꿀 만큼 나에게는 끔찍했던 기억이었고, 나 자신을 조금 더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했던 시기였다.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랬을까, 내가 영어를 조금 더 잘했더라면 상황은 쉽게 바뀌지는 않았을까 하는 자책도 했지만, 캐네디언인 나의 상사도, 상사의 남편도 그리고 내 남자친구도 정리해고를 겪었고 상사도 내가 실업자에서 벗어나기 두 달 전 새로운 일을 찾았었다. 상사의 남편도 정리해고 후 실업자 세월을 6개월이나 견뎌야 했다고 했다.
남자친구도 어느덧 실직한 지 한 달하고도 반이 지났다. 회사 내부 사정상 바로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가 없었기에 남자친구는 이번주부터 실업급여를 받게 되었다. 무려 28주, 7개월 간. 나보다 오래 일했기에 내가 받았던 실업 급여보다도 더 많이 받고, 파트타임을 구해서 주 35시간 이하로만 일해도 실업급여는 나온다고 한다. 나는 이 부분을 몰랐기에 실업급여받는 내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잡 마켓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다. 경기가 어렵고 한국에 있는 친구도 이직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니 한국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지금 실직하고 실업자가 된 모든 분들에게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내가 경쟁력을 갖춰서, 내가 더 잘나 버리면, 과 같은 마음 가짐으로 괴로워도 하루하루 무언가 꼬박꼬박 하다 보면 누군가는 알아줄 사람이 나타날 거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매일 무언가 꼬박꼬박 해낸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안다면 더욱 멋진 사람으로 또 한 단계 올라설 거라고 믿는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고, 내 주변의 누군가도 겪지 않았으면 하지만, 특히 캐나다에서 실업자고 일이 죽어도 안 구해져서 스스로를 낮게 보고 자학하고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너무 괴롭고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니라고, 할 줄 아는 건 영어밖에 없는 원어민들도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것이 캐나다의 현실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너무 힘들어진 세상, 평탄하기만 하면 재미는 없겠지만, 이젠 그냥 평탄하고 싶다.
인생의 깜짝 이벤트가 싫어지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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