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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Jun 28. 2024

디자이너인데 짭을 샀다고?

짭 살거면 안사면 안되니!

가짜 명품 시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짜 명품을 산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짜 명품을 사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가짜를 살 바에는 그냥 안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사실 돈이 많으면 나도 명품을 사겠지만, 지금 내 위치가 명품을 살 위치도 아니고, '하나쯤은 있어야지'에 동의하지 않기에 굳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상사는 나와 다른 모양인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나의 상사라는 것이 너무 싫다. 사람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상사의 그런 모습이 정말 싫다. 자신의 디자인에는 '무단 배포 금지, 카피 금지'라고 늘 명시하고, 클라이언트들이 특정 상품의 디자인과 원단을 그대로 베껴달라고 할 때도 자신은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고, 그게 싫다고 말하더니 얼마 전 저녁식사 때 자신의 가방을 보여주며 말했다.


'This is not real tho'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진짜' 명품을 사지 못하지만 언제나 명품을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겉으로는 명품을 사는 사람들은 멍청하고 돈을 이상한 곳에 쓴다고 자신의 질투심을 표출하던 것을. 처음에 알게 되었던 것은 제작년 연말, 발레를 보러 갔을 때, 디올 가방과 매우 흡사한 디자인의 가방을 들고 왔다. 디올의 시그니처인 가방이기 때문에 누가 봐도 디올을 카피한 제품이었고, 나는 그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기에 디올 가방인가보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찔렸는지 내게 다가와 뜬금없이 '아마존에서 25불에 샀어'라고 말을 해 나를 당황하게 했다.


사람들의 시선에 집착하고, 남들이 자신을 우러러봐주길 바라는 사람. 아마 진짜 돈이 있었더라면 사람을 꽤나 무시하고 멸시했을 것 같은 부류,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자신도 가지고 싶고 상류층이 되고 싶고, 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는걸까? 세상 어느 사람이 명품이 싫고 상류층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돈을 싫어한단 말인가?


이번 저녁식사 때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자신의 디자인은 누가 카피해서도 사용해서도 안되지만, 자신은 누군가의 디자인을 카피한 제품을 소비하다니. 이게 디자이너가 할 말인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패션 디자이너'라고 자랑스럽게 자신을 소개하고 소셜미디어에 대문짝만하게 달아놓는 사람이, 디자인 카피 제품을 저렴하게 샀다며 웃으면서 좋아할 일인가?


'It was so cheap in China, no one knows this is fake, Sean!'


라고 말하며 웃던 그녀가 생각난다. 그 제품이 카피 제품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르면 소비해도 된다는 건가? 그렇게 비싼 모델도 아닌데 그 정도 살 돈이 없으면 차라리 저금하고 더 나은 곳에 쓰는 것이 낫지 않은가? 나는 정말 모르겠다. 내가 유난스럽게 받아들이는건지, 아님 이게 허용이 되는 일인지... 얼마 전 기사화 됐던 '디올 가방 원가 8만 원'이 잊혀지질 않는다.

 자랑스럽게 들고 있는 그녀의 '가짜' 자크뮈스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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