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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Jan 05. 2025

꾸준한 건 '매일'하는 것일까?

새해가 밝았고, 평소 가던 대로 콘도에 있는 헬스장에 갔더니 이게 웬걸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항상 많아봐야 5-6명이 전부이던 콘도 헬스장이 열댓 명이 넘는 사람들로 가득, 거의 처음으로 모든 유산소 기구가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나 새해에 다이어트, 운동하기는 똑같구나, 하는 마음으로 피식거리면서 러닝을 마쳤다. 그러다 문득, '꾸준함'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과연 꾸준하다는 것은 '매일'하는 것과 같은 말일까?


'꾸준하다'

: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다.

'끈기'

: 쉽게 단념하지 아니하고 끈질기게 견디어 나가는 기운.


사전적 단어를 찾아봐도 '꾸준히 하는 것'은 '매일'하는 것이라고 나와있지 않은데 나는 나의 대부분의 인생을 '꾸준함'을 '매일'과 동일시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무언가를 목표로 하고 하루라도 거르는 날이 있으면 포기해 버리는 게 부지기수였고, 나는 그렇게 '끈기 없는' '뒷심이 부족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갔다. 꾸준함과 매일은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깨닫고, 하루, 이틀, 3일, 4일을 못하더라도 하려는 의지가 있고 계속 진행하면 '꾸준하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매일'하지 않아도, 주 3-4회는 꼬박꼬박 하고, 투두 리스트의 박스가 '완벽하게' '매일' 체크로 가득 차지 않더라도 75%~80%만 해내더라도 '성공'이라고 보기 시작했다.


사실 나의 이런 집착과도 같은 부분은 아직 완벽하게 '고쳤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루 밀린 투두 리스트는 다음 날에도 어떻게 해서든 채워 넣고, 하루 밀린 일기 또한 공란으로 남겨두는 일은 절대 없다. 운동도 매일 하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말하지만 가끔은 스스로와 타협하는 느낌이 들어 자기 혐오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완벽주의자' 성향은 아직 남아있고 평생 극복해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이상 '꾸준함'과 '매일'을 동일시하지 않는다. 돌아보면 꾸준함과 매일을 동일시했을 때는 그 무엇 하나 제대로 끝내는 것 없이 자기혐오에만 빠지기 일쑤였지만, 꾸준함은 매일 하는 것이 아님을 받아들였을 때는 '괜찮아~ 하루 좀 빼먹을 수 있지, 이런 날도 있어야지~' 하는 여유로움과 함께 그 목표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고는 한다.


꾸준히 해내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고, 포기하려는 마음보다 '1년만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사회인으로서 이렇다 할 성공을 이루어낸 것은 아니지만, 이런 마음들이 쌓이고 모여서 미래의 성공한 나를 만들어낼 것을 알기에 올 한 해가, 다가올 미래들이 정말 설렌다. 물론 그 안에서의 좌절과 힘든 마음들이 생겨나겠지만, 그것 또한 인생이니 받아들이게 될 거다.


한국인들이 특히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많다고 하는데, 이 글이 그들에게까지 닿아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모두 새해에는 조금 더 경쾌한 소식들이 들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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