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가르쳐 준 노래가 있나요?

둥지를 지키는 문장들_H의 질문

by 효진씨

마흔 넷.

결혼을 하고 열두 살 어린이의 엄마가 된 나에게 연애는 불법이다.

인생의 모든 언어가 사랑이었던 이십대에는 합법적으로 연애가 끝나는 시기가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했다.


줌바 마무리 스트레칭 시간에 자두의 "대화가 필요해"가 흘러나왔다.

그 노래는 내가 연애를 하던 시절 노래방 듀엣 인기곡이었다. (아이유의 잔소리 세대였어도 참 좋았을 텐데. 사실 조갑경 홍서범을 아는 노숙한 나에게 대화가 필요해도 최신 곡이다. 역시 두엣은 이소라와 김현철이지.)


그런데 아뿔싸! 그 시절에 빙의되어 콧소리를 섞어 흥얼거리던 나는 어깨를 풀다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 버렸다.

"헤어져! 당장 헤어져!"

나의 돌발 포효에 회원님들은 깔깔 웃어 버렸지만 동시에 강두의 대사 하나하나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헤어져야지. 늦지 않았어."같은 추임새를 넣었다.


아줌마들에게 연애란 이런 모양이다. 더 늦기 전에 도망쳐!


나도 떠올리면 찌릿하게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

두근거리다 짜릿했다 결국은 슬프고 비극적이었던 이별의 패턴들.

아름다운 이별이 어디 있냐면서. 세상 모든 이별은 구질구질하다고 외쳤던 날들. 그런 날이면 나는 운전을 하면서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를 불렀다. 자동차 스피커가 터지도록 그 노래를 반복 재생해놓고 질질 울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언제나 봄날이 가면 다짐이 찾아왔다.


차에 탄 친구들은 오디오에서 보싸다방의 다짐이 흘러나오면 나의 이별이 끝나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보싸노바의 역사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도 가볍게 불규칙적으로 살랑거리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밤사이에 온도가 올라간 어두운 방에 커튼을 걷고 창을 열어 공기를 불어넣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 처량함에서 나를 끌어내서 다시 산뜻함을 찾게 하는 것으로 보싸노바만한 것이 없다.


보싸다방의 '다짐'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사람을 잘 믿는 것 그것도 그대로 두고 사랑을 잘 못있는 것 그것도 그대로 두자.

떠나가는 이로 인해 절망스러하지 말고 다가오는 그대에게 조급해 하지도 말자."


이별을 보내고 사랑을 시작하기에 이것보다 적당한 응원이 있을까?

이별의 원인은 찾기 위해 나를 털털 털어 먼지같은 오점을 찾아낸 후 실패에 좌절하고 있는 나에게

그런 너를 그대로 두고 떠나가는 이는 떠나가는 대로 다가오는 이는 다가오는 대로 그냥 두자는 그 살랑거림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이 노래가 있어 나는 지난 사랑을 떠올리며 살랑거릴 수 있다.


나의 이별 노래가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당분간은 이별할 계획이 없는 요즘이지만 오랜만에 잊고 있던 이 노래를 꺼내 들었다.

떠난다고 절망하는 일도 다가온다고 기쁜일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지만 살랑거리는 마음만큼은 사라지지 않게 잘 남겨두고 싶어졌다.


떠나갔던 그 사람들은 다들 잘 살고 있다. 그것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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