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지키는 일상의 알_S의질문
반짝반짝
작은 빛이 잠깐 잇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양
2000년
하루키와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프렌즈와 섹스엔더시티는 교양있는 대학생의 상징이었다.
엠넷과 케이엠티비를 지나 온스타일로
그 때는 그랬다. 캐주얼한 복장에 진주목걸이, 말보로와 던힐 그리고 동성애 친구.
대학교 시절, 나는 평소 좋아하던 카키색 야상에 짧은 머리를 하고 다녔다. 물론 야상에 진주목걸이를 주렁주렁 걸어 주는 건 아이덴티( 우리 아빠에 표현에 따르면 신종 거지에 가까운 복장이었지만. )
그런 나와 달리 내 친구들은 여대생의 교복인 H라인 스커트에 하이힐, 작은 토드백에 전공 서적을 옆구리에 낀 모습이었다.
(뭐 나도 그런 복장을 전혀 하지 않고 다닌 것은 아니였지만)
그래서 일까? 나는 종종 레즈비언으로 오해를 받곤 했었다. 내 친구들과 나를 커플로 여기는 선배들도 많았다.
물론 나는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사랑을 하는 이성애자였다. 물론 내가 하는 사랑이라는 것이 양 방향인 경우보다는 한 방향인 경우가 더 많았지만 그 때는 그랬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누군가를 사랑했기 보다는 사랑을 하는 나를 사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사랑은, 연애는 나에게 슬프고 우울하고 처절한 것이었다.
그 때 만난 책이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이었다.
이 책에는 은빛 사자의 무리로 표현되는 어디에도 어울릴 수 없는 세 사람이 나온다. 그리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성애자라는 말을 배웠다.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
에쿠니 가오리는 동성애자인 남편과 살며 남편의 애인을 받아들이는 주인공 쇼쿄를 물에 비유한다.
물과 반짝거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반짝반짝은 별의 반짝임일지도 모른다. 별이 가득한 고흐의 그림이나 모짜르트가 지었다는 멜로디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다. 어쩐지 반짝이는 것은 별과 한 세트처럼 느껴진다. 계속해서 자신의 존재를 들어내며 빛나는 단어.
하지만 나는 에쿠니 가오리 덕분에 빛나는 것을 반사시켜 잇따라 잠깐 반짝이는 물을 알게 되었다. 매일을 반짝이기 위해 열정에 열정을 더하는 나에게 남들의 반짝임을 반사시켜 빛나는 평온한 존재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사랑하는 것이, 사는 것이 힘들어 질 때 나는 쇼쿄를 생각한다. 얼음이 가득 담긴 유리잔에 진뜩한 위스키를 따라 까랑 거리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쇼쿄를.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는 특이한 행동을 하는 순간 조차 쇼쿄보다 빛나는 위스키 잔을 생각한다.
내가 쓴 글의 주인공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어디에나 있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을 찾아내서 너도 빛나는 존재라고 말해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어쩌면 사실은 그렇게 꺼내져 반짝이고 싶은 것은 바로 나일지도 모른다.
그래.
나도 반짝 반짝 빛나는 지갑을 꺼내 반짝 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산 반짝 반짝 빛나는 주인공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