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기분 나쁜 인종 차별인가, 대충 찍어본 확률인가
"지나가다가 나한테 '니하오' 하더라니깐"
프랑스에 교환학생을 간 친구가 인종 차별, 혹은 캣콜링 당한 이야기를 잔뜩 풀어주면서 말한다. 무례한 서양인들, 그들은 아시아에는 중국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곤 한다. 근데, '니하오'라고 인사하면 기분 나빠야 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중국 인구는 14억 명, 80억 명에 육박하는 전 세계 인구의 17.5%가 넘는 수다. 그러니 지구인을 다 데려다 놓고 아무나 한 명 붙잡아 '중국인이세요?' 라고 물어보면 '네'라고 대답할 확률도 17.5%나 된다는 것이다. 아시아 인구로만 따지자면 30%에 해당하는 수이니,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황색(황색이란 정의는 애매하지만 살구색이라고 표현하기에도 사람마다 피부색은 다르니 황색으로 표현한다) 피부를 가진 사람을 보면 '중국인일까' 하는 궁금증을 품는 것도 의아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나와 다른 인종을 식별하는 것은 같은 인종을 식별하는 것보다 어려움을 느낀다는 '타인종 효과'에 대한 연구도 있다. 그러니 백인종이 황인종을 보고 '중국인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이해가 가는 (그리고 나름의 사실 기반 근거가 있는) 생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니하오'에 기분이 나쁠까. 여기서 말하는 '니하오'는 비웃으면서 하는 말 혹은 '칭챙총'을 곁들이거나 눈을 옆으로 찢으며 하는 그런 인사가 아니다. 그러한 행위 자체에는 사회적으로 규정된 동양인 비하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순수한 (혹은 무지한) 의도로 '니하오'를 건넸다면 나는 그것에 기분이 나빠야 할까.
실제로 나는 비슷하지만 다른 경험이 있다. 베트남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당시 어학당에 다녔던 나는 집에 가는 길에 길목에서 반미를 팔던 상인이 어설프게 '곤니찌와' 하고 인사했다. 나는 당황스럽긴 했지만, 이걸 인종(혹은 국가) 차별이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국적을 묻지도 않고 그 나라의 말로 인사한 무례라고 봐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혼자 축적한 빅데이터에 기반한 추측으로 외국인에게 인사를 건네는 친절한(혹은 친절해보이고 싶었던) 동네 상인이었던 건지 혼란스러웠다. 즉 이 '곤니찌와'는 불편한 '곤니찌와' 인지, 친절한 '곤니찌와'인지 그 경계에서 갈팡질팡했다.
사람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극대화되면서, 누군가는 예민하게 불편함을 표현하기도 하고 혹은 표현된 불편함에 대해 불편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분명 불편함을 표시하는 행위는 존중받아 마땅하고 그러한 행위의 지속으로 세상이 한결 다양성을 존중하는 편으로 발전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정당한 불편함이고 어디까지가 과한 불편함인지 그 경계에 대해선 모호한 선이 있다. 그 선을 스스로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내가 불편한 이유에 대한 정의와 그 이유가 개인적인지, 혹은 사회적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곤니찌와' 인사를 받은 다음 날,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다시 마주한 그 상인 아저씨는 '안녕하세요' 하고 나에게 두 번째 인사를 던졌다. 오늘도 '곤니찌와'를 받을 줄 알았던 나는 당황해서 모르는 척하고 그 앞을 지났다. 그 뒤로는 아저씨도 나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나의 불편함은 타지살이에서 느꼈던 불안정감에서 온 피해의식과, 영어로 국적을 물어보기 어려운 친절한 상인 아저씨의 반가운 인사였다. 가끔 그 상황을 생각할 때면 그냥 'Xin chao' 해줄 걸 하는 내향인의 소심한 회상을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