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종결

by 감성 개발자

퇴근길에 폭풍 운전을 하면서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글을 써야겠다' 라는 마음을 먹었다. 아마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안정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듯 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짝사랑의 감정이었다. 거의 4년만인가? 짝사랑이라는 건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나처럼 불온전한 성인에게는 자존감을 깎아먹기 쉽상이다. 그 사람의 행동 하나에 열 개의 의미를 부여하고 나 혼자 상상하고 그러다 실망하는 일을 4년 전에 딱 한 번 해보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 다짐했었다. 그래서 이번 상대에게는 '짝사랑 부정기'가 있었다. 누군가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 지 물으면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물었고, 좋아할 이유가 없다고 단정했다. 그치만 사랑은 원초적으로 이유가 없다. 몇 주 전부터 나는 이 감정이 사랑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자꾸만 그에게 뭔가를 하자고 하고 싶고 사적으로 둘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휴가 쓴 그에게 데이트 하러 가냐 물었더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더라. 그러더니 때가 되면 알려주겠다 라는 말을 한다. 분명 그는 나랑 노는 시간이 많았는데 언제 새로운 사람을 만난 거지 싶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예전 그가 여자친구가 있을 때 그 시절처럼 나에게 차가운 답장을 이어간다. 짝사랑은 아닐 거라고, 그랑 연애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같이 노는게 재밌는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오던 마음이 이제서야 나 그를 좋아하는 구나 정의내리게 한다.



친구가 나의 짝사랑 소식(그 때도 짝사랑 아니라고 주장했지만)을 듣고는 언제 고백할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그동안 연애의 시작점에서 항상 수동적인 자세였고 이번 상대도 적극적으로 다가갈 마음은 없다고 했다. 짝사랑을 강제 종료 해야 하는 오늘에서야 그 친구의 말을 들어볼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과 함께 당분간 나 스스로의 감정 조율을 위해 상대를 만나지 말아야지 라는 다짐을 가진다. 언젠가 너의 연애 소식에도 아무런 미련 없이 축하할 수 있으면 그 때에서야 오늘 느낀 배신감을 그저 젊은 날의 짝사랑 같은 말로 포장할 수 있겠지.

작가의 이전글이거, 인종차별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