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소보다 OTA를 먼저 떠올리는 시대
"업데이트가 진행 중입니다. 완료까지 약 20분이 소요됩니다."
출근길이 조금 늦춰졌던 이유다.
그날은 팀장님의 테슬라 차량을 타고 외근을 가는 날이었다.
그런데 시동도 걸기 전에, 차가 먼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중'이라는 말을 건넸다.
당황스러웠다. 스마트폰도 아니고, 자동차가 갑자기 '업데이트'라니.
OTA(Over-The-Air).
말 그대로 ‘공중을 통해’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되는 기술이다.
예전 같았으면 정비소에 들러야 했을 기능 개선이,
지금은 Wi-Fi만 연결되면 주차장에서도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실제로 그날 팀장님의 차량에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었다.
자동 주차 기능이 미세하게 정교해졌다.
사이드미러 접힘 타이밍이 바뀌었다.
새로운 UI 인터페이스가 적용되었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와, 차가 버전업이 되네.”
사실 이 경험은 익숙한 감각이었다.
아이폰을 쓸 때 느끼는 그것.
‘iOS 18로 업데이트할까요?’라는 질문
달라진 홈화면, 추가된 기능, 개선된 보안
그것을 자동차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테슬라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라는 개념을 일상으로 끌어온 브랜드였다.
소프트웨어는 차량의 ‘내장된 두뇌’가 되었고, 하드웨어보다 더 자주, 더 눈에 띄게 진화하고 있었다.
내가 인턴으로 있는 이곳은
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AUTOSAR, 실시간 운영체제(RTOS), ECU 시뮬레이션 툴,
그리고 OTA 테스트 솔루션까지.
처음 들었을 땐 마법 같은 단어였지만,
이제는 그 단어들이 전시장, 회의실, 채팅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코딩에 익숙하진 않지만,
그 코드들이 움직이는 자동차를 경험하면서
이제는 조금씩 감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자동차를 이야기할 때 이런 말을 썼다.
“출력이 얼마야?”
“제로백이 몇 초지?”
“연비는?”
이제는 이렇게 묻는다.
“OTA 돼?”
“ADAS 몇 단계야?”
“리모트 제어 가능해?”
자동차는 더 이상 쇳덩이 기계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센서, AI 알고리즘이 움직이는 거대한 컴퓨터다.
그날 이후, 자동차를 보는 눈이 조금 바뀌었다.
이제는 ‘모양’보다 ‘업데이트 로그’가,
‘배기량’보다 ‘UI 인터페이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가 이 업계에 있으면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이것이다.
정비소보다 업데이트(OTA)를 먼저 떠올리는 시대
브레이크보다 클라우드가 더 중요해진 시대
기름보다 코드가 더 많이 움직이는 자동차
자동차는 곧 AI다.
자동차는 곧 스마트폰이다.
그리고 자동차는 곧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내가 아직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전달할 수 있는 말’을 찾는 중이다.
- 문카로그 인턴 생존기 시리즈 中 4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