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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May 28. 2023

The Eyes of Hokkaido

https://youtu.be/CBuGLeTfads


"혈액형이 뭐에요? 가족 관계는요? 어디에 거주하시죠?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하는 그런 질문들, 그런 건 너무 식상한 질문들이잖요. 그렇지만 그런 물음이야말로 새로운 답을 이끌어내죠. 여러분들이 아셔야할 것은, 그러니까 경직된 조직 문화 속에서도 자신들의 창의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죠. 그게 오늘 제가 여러분들에게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히토미는 그곳에서 마지막 강의를 했다. 도쿄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날씨는 흐렸고 곧 비가 올 듯했으며, 무슨 변덕인지 마구 바람이 불어댔다. 히토미는 그날을 떠올렸다. 그가 스물여섯이던 해, 교육생들은 모두 강단에 선 그를 봤고, 그는 모두 똑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보는 그들 얼굴 표정을 보고 있었다. 히토미는 다시 하코다테로 가고 싶었던 것이다.

"전근하려는 이유가 뭐지?"

그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코다테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곳에는 그가 믿고 따르는 한 남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곳을 좋아하더군. 그런데 거기서 사는 젊은 사람들은 없잖아."

운전대를 잡지 않고, 여전히 핸드폰을 등한시하며 종이 위의 글자들을 자세히 읽지 않는 남자. 하코다테의 범죄율에 관해 관심이 없고, 그런 그는 신입 형사들 사이에서는 꽤 비밀스러운 사람으로 통했다. 그런 그를 선배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히토미 말고는 없었다.

그 뒷모습을 떠올리고는 했다. 긴 복도의 끝을 향해 걸어가는 한 남자의 그것을 말이다. 곧 기울다 비틀거려도 이상하지 않을 듯했지만 다시 발걸음을 돌려 걷다 뒤를 돌아보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곤 했던 모습을.

그렇게 그는 다시 그 눈앞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곤 했던 것이다. 히토미의 시선은 늘 그의 가슴과 목 어딘가를 정면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조금만 더 다가가도 코를 찡그릴 듯했다.

"여긴 왜 왔지?"

"선배!"

히토미는 동그래진 눈으로 그 얼굴을 올려다봤다.

"범인 잡으려구요!"

그의 눈 동공은 이미 조금 풀린 상태였다.

"아직 술 못 끊으셨군요?"

"여긴 자네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것 같은데."

히사시는 담배 한 개비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로 있었고 곧 불을 찾았다. 복도를 걸어 나온 두 사람은 주목 앞으로 갔고 그건 4년만에 다시 그려지는 모습이었다.

"그 사이 이 나무도 많이 자란 것 같군요. 잎이 병든다구요. 봄에는 담배라도 끊으시죠?!"

"여전히 말이 많군."

그는 그가 그리웠던 것이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곰을 놀라게 한 건 그러나 흔들리는 땅도 커다랗게 밀려오는 파도도 아니었다. 한 미친 곰 한 마리가 생선 한 마리를 해부하듯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끄집어내놓았고, 깊은 동굴에서 하나 둘 걸어나온 것들이 그 주위로 몰려든 것이었다. 그건 마치 이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과 같았던 것이다.

그 사건은 하코다테에서 일어난 최초의 연쇄 살인사건이었다. 신문은 매일 같이 그 이야기를 다뤘고 몇몇의 칼럼니스트들이 등장했다. 모두 처음 보는 이름이었음에도 사람들은 그들이 쓴 글을 읽는다. 그는 게임을 하는 것이고, 범인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다른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건 마츠모토 준야의 글이었다.

그는 어느 이름 없는 지방대를 나왔지만 범죄 심리학을 동물 행동과 연관지어 분석하는 글로 유명해졌다. 그가 하코다테로 왔고 일본인들의 눈과 귀는 그 섬의 끝 도시를 향했다. 세상은 그렇게 변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야나가와 히사시의 모습과 행동은 변한 것 없었고, 그러니까 히토미는 그의 삶이 흘러내리지 못하는 물이 모여 웅덩이가 된 듯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기마와 후케 총리가 이 일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공식 성명을 발표하자 일본 열도는 들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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