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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Jun 03. 2024

Unidentified Flying Object


말이 봉우리 위를 뛰어다니는 상상은. 그건 제주도에서 본 적 있는 장면이었다.

꿈은 현실로부터 출발한 미확인 비행체이므로. 스무 살 그를 보았을 때 난 그처럼 옷 입고 행동하려 했는데 어느새 그의 모습이 돼있었다. 그때는 이미 2023년이었다. 현실에 있지 않으려던 나는 강물처럼 시간 흐르는 것을 깨닫고 강에 사는 물고기 한 마리는 아직도 그곳에 머물러 그때의 나를 떠오르게 한다. 물고기는 더 진화하지 못했다.

공항 안 의자에 한 여자가 앉아 있다. 그 여자는 어딘가로 도망가려 하는데 붙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로부터 열두 시간 전이었다. 전날 밤사이 내리던 비가 멈출 즈음, 땅바닥 검은 흙으로 서서히 물이 스며들며 사라질 때 그 여자는 옷을 갈아입는다. 택시 다니는 거리로 나가봄에도 자신이 어디로 가려는지를 알지 못한다. 

"공항으로 가주세요."

택시에 올라 뱉은 그 여자의 본능적인 대답이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계획적인 물음은 그 대답 앞에 대꾸하지 못한다. 

그 여자는 뉴욕 양키스 모자를 쓰고 있었고 긴 치마를 입었다. 갈색의 가죽 점퍼를 걸쳤다. 공항 폐쇄회로 TV에 잡힌 그 여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한 20대 여성이 30대 남성을 살해하고 달아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뉴스 앵커가 말한 그 사건의 주인공들이었다. 그들은 연극 무대에 있었던 것이다. 그 섬은 제주였다. 

왜 그 여자가 범인인가, 한 무리의 인간들이 모여 그것에 대해 논할 때 그 여자는 이미 섬을 벗어난 뒤였다. 우리가 뉴욕 양키스 모자를 쓴 여자를 쫓아야할 만한 동기는. 그것이 증거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찾아낸 것은 그의 흔적과 흔적 남지 않은 다른 사람의 발길이었다. 죽은 몸이 말했다. 더 이상 눈동자 깜빡이지 못하는 것은 이유만을 남긴다. 그럼에도 끝까지 살아남으려 했던 이유를.


"차를 타고 오름으로 갔어요. 그곳에서 정말 놀랄 만한 광경을 봤던 거죠. 말이 봉우리를 오르면서 뛰어다니는 거였어요."

그때의 기억을 마치 추억처럼 이야기했다. 여자는 그 장면을 다시 그렸음에도 무엇 때문인지 더 떠올리지 못하는 듯도 했다. 왜곡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 여자는 눈이 나빴음에도 안경을 쓰지 않았다.

"모르겠어요. 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누구의 차를 타고 간 것인지, 그것이 만약 자신의 차였다면 어디서 빌린 것이었는지. 육지로부터 배를 통해 싣고 온 것인지도 따져봐야 했으므로.

"그때가 언제였죠?"

그 여자는 멈춤 없이 대답한다.

"2005년이었어요." 

그러니 그 사건은 무려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던 것이다. 진짜 이유를 찾는 일, 경찰은 그것을 알려 들지 않았지만 그 혼자 끝까지 그것을 알아내려 했다. 어항을 탈출하려는 금붕어가 있다면, 그 프랑스인의 말처럼 그건 자살기도라 일컬어야 했음을. 


"아이디, 아멜리. 2014년 마지막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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