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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Jun 11. 2024

메르세데스가 지나간 길


벤츠가 도로 위를 달린다. 저 차를 모는 사람은 돈이 많겠구나 였는데 진짜 돈 많은 사람들이 많아진 이 사회. 이제는 람보르기니나 페라리, 또 포르쉐 같은 차는 몰아야 진짜 돈 많은 사람인가 보다 싶은. 벤츠 G바겐이 지금 유행이라면 몇 년 뒤에는 또 어떤 차가 도로 위에서 빛날지 알 수 없다. 나는 20대 때 90년대에 출시된 포드 브롱코를 모는 꿈을 꿨었다.

제1의 차는 언제나 검은색 세단이었지만 높은 차들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예감 또한 있었던 것이다. 소위 하위문화라는 것이 인터넷 세계에서 퍼져나갔고 난 그들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어떤 시절에는 레인지로버가 눈에 들어왔는데 지금은 G바겐이 지나가면 눈을 돌린다. 

BMW i7이 벤츠 EQS를 앞질렀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며 이제는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나라에서 생산되는 차들이 대부분이었던 도로 위에서 언제나 눈에 띄는 것은 외제차였다. 유럽은 택시가 벤츠라는 그 말도 더 이상은 재밌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중동이나 남미 아프리카로 가면 오래된 국산차들이 많다고 한다. 나는 달리고 싶다. 분노의 도로를 그리면서라도 내 질주 본능을 드러내고 싶은 건 사람들과의 경쟁 때문일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도로가 독일 3사 자동차에 지배당하지 않은 것은 반대로 그들 인재를 빼 온 덕분일지 모른다. 나는 늘 캐딜락 원에 오르고 싶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미국으로 이민 간 수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떠난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이 땅의 사람들이 보낸 것이었을 수도 있다. 독일은 피터 슈라이어를 한국으로 보냈다. 그건 그 개인의 결정이었을 테지만 한국으로 오기 전에는 평가가 갈리는 인물이었다는 말이 있어 알 수 없는 일이다. 

처음 K5가 나왔을 때 나는 그게 큰 변화라고 생각했다. K9이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내고는 훗날 내가 기대한 최고의 디자인이었다 평가하게 되지만.



차는 결국 성능으로 판가름 난다고 하는데 도로 위를 달리기 위해 처음 해야 하는 일은 그리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독일 3사의 자동차를 타고 싶어 했던 것은 결국 그 로고 때문이었을지도. 캐딜락 원은 도로에서 굴리기 매우 부적합한 차일지 모르지만 로켓 공격도 방어할 수 있는 이 세상 가장 안전한 차이기도 한. 볼보는 모두 안전벨트 매도록 한 것으로 유명해진다. 어찌 됐든 죽지 말아야 했다.

낭만에 돈 쏟아붓는 일이 그토록 위험한 일인지 몰랐던 나는. 난 운전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 길로 해방되고 싶은 열망 또한 가졌음을. 아메리카 대륙을 달리는 상상처럼 낭만적인 꿈이 또 있었을까. 

캐딜락 원으로는 달릴 수 없는 그 도로를 한 대의 차가 지난다. 나는 그 자동차를 선택할 수 있다. 높은 차든 낮은 차든. 최고의 차를 타고 싶었지 나는 어떤 차를 고르고 싶었던 게 아니다. 경쟁은 선택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내 향하는 곳으로 가리라. 그곳에 아무도 없을지라도. 집으로 돌아가라! 끝내 그게 최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https://youtu.be/--1_ljx1jk4?si=oNDdcoqrExpPXW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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