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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가 지나간 길

by 문윤범


벤츠가 도로 위를 달린다. 저 차를 모는 사람은 돈이 많겠구나 였는데 진짜 돈 많은 사람들이 많아진 이 사회. 이제는 람보르기니나 페라리, 또 포르쉐 같은 차는 몰아야 진짜 돈 많은 사람인가 보다 싶은. 벤츠 G바겐이 지금 유행이라면 몇 년 뒤에는 또 어떤 차가 도로 위에서 빛날지 알 수 없다. 나는 20대 때 90년대에 출시된 포드 브롱코를 모는 꿈을 꿨었다.

제1의 차는 언제나 검은색 세단이었지만 높은 차들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예감 또한 있었던 것이다. 소위 하위문화라는 것이 인터넷 세계에서 퍼져나갔고 난 그들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어떤 시절에는 레인지로버가 눈에 들어왔는데 지금은 G바겐이 지나가면 눈을 돌린다.

BMW i7이 벤츠 EQS를 앞질렀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며 이제는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나라에서 생산되는 차들이 대부분이었던 도로 위에서 언제나 눈에 띄는 것은 외제차였다. 유럽은 택시가 벤츠라는 그 말도 더 이상은 재밌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중동이나 남미 아프리카로 가면 오래된 국산차들이 많다고 한다. 나는 달리고 싶다. 분노의 도로를 그리면서라도 내 질주 본능을 드러내고 싶은 건 사람들과의 경쟁 때문일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도로가 독일 3사 자동차에 지배당하지 않은 것은 반대로 그들 인재를 빼 온 덕분일지 모른다. 나는 늘 캐딜락 원에 오르고 싶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미국으로 이민 간 수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떠난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이 땅의 사람들이 보낸 것이었을 수도 있다. 독일은 피터 슈라이어를 한국으로 보냈다. 그건 그 개인의 결정이었을 테지만 한국으로 오기 전에는 평가가 갈리는 인물이었다는 말이 있어 알 수 없는 일이다.

처음 K5가 나왔을 때 나는 그게 큰 변화라고 생각했다. K9이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내고는 훗날 내가 기대한 최고의 디자인이었다 평가하게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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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결국 성능으로 판가름 난다고 하는데 도로 위를 달리기 위해 처음 해야 하는 일은 그리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독일 3사의 자동차를 타고 싶어 했던 것은 결국 그 로고 때문이었을지도. 캐딜락 원은 도로에서 굴리기 매우 부적합한 차일지 모르지만 로켓 공격도 방어할 수 있는 이 세상 가장 안전한 차이기도 한. 볼보는 모두 안전벨트 매도록 한 것으로 유명해진다. 어찌 됐든 죽지 말아야 했다.

낭만에 돈 쏟아붓는 일이 그토록 위험한 일인지 몰랐던 나는. 난 운전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 길로 해방되고 싶은 열망 또한 가졌음을. 아메리카 대륙을 달리는 상상처럼 낭만적인 꿈이 또 있었을까.

캐딜락 원으로는 달릴 수 없는 그 도로를 한 대의 차가 지난다. 나는 그 자동차를 선택할 수 있다. 높은 차든 낮은 차든. 최고의 차를 타고 싶었지 나는 어떤 차를 고르고 싶었던 게 아니다. 경쟁은 선택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내 향하는 곳으로 가리라. 그곳에 아무도 없을지라도. 집으로 돌아가라! 끝내 그게 최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https://youtu.be/--1_ljx1jk4?si=oNDdcoqrExpPXW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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