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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Jun 09. 2024

남해


독일마을로 가자고 했다.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 무슨 이유에서인지 몇 년이 지나서야 그곳을 찾는다. 독일식 집들이 지어져 그 풍경이 아름답다고 했는데. 독일인들이 이 땅에 머물다 그런 집들을 지었나 막연히 그런 질문을 던졌지만 그 나라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 돌아와 그런 집들을 지은 것이었다. 독일로 떠난 광부와 간호사들이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들을 위한 새로운 마을이 산언덕에 자리 잡는다. 



유태오가 태어난 곳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쾰른이라고 돼있다. 운명처럼 떠난 사람들은 그런 멋진 배우도 낳고 길렀다. 그건 국가의 계획이기도 했던 것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은 나는 왜 떠났고 내가 지금 왜 여기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새로운 물음만을 낳는 것이 여행이라면 애초에 답을 찾기 위해 떠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버스를 기다린 이유였다.

곧 도착할 줄도 모르고 땅을 보다 지나치고 떠날 뻔한 버스를 붙잡는다. 그런 계획도 세운다. 회를 먹는 게 좋지 않을까, 기왕이면 바닷가 근처라면 좋지 않겠나. 접시 위 감성돔이 올려질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낮도 밤도 아닌 순간 그 풍경을 볼 때 마음속 작은 물결이 인다. 그 속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헤엄치듯. 



떠날 때 설레고 돌아오는 시간 무기력해지기도 하는 또 다른 선물, 여행. 배도 고프고 힘이 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낭만적인 순간도 찾아오고. 똑같은 하루임에도 추억으로 남는 것은 스스로가 선물과도 같은 날을 기다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잉거 맥주는 완벽한 선물이 되리라. 무거워서 어디 넣을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한 병 마시고 오기에는 더 없이 좋은 것이었다. 흑맥주의 냄새를 사랑한다. 맥주는 마시면 마실수록 다 똑같은 것이 되지만 그 첫 향을 잊을 수 없다. 



독일 또는 오스트리아로 여행을 간다면 가장 먹어보고 싶은 요리는 슈니첼이었는데, 그곳에는 분명 진짜 슈니첼 같은 슈니첼을 팔고 있었지만 먹을 수 없었다. 터미널에 도착해 라면과 김밥을 먹었으므로.

부산에서 올 때 여기서는 내 사진도 찍고 가야지 했는데 깜빡했던 것은. 깜빡했던 건지 엄마한테 붙잡혀 코스마다 모델이 되는 어린 두 남매의 모습이 안쓰러워(?) 그랬던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 여자는 디테일했다. 누나는 그런 엄마의 의도를 이해해 동생에게 빨리 이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엄마는 분명 여기 앉으라고 말할 것이라는 듯. 

그 또한 지나가리라~ 그런 시절이 말이다.


엄마를 사진 찍어주는 자식은 왜 그런 걸 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어른은 아이를 키우고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 다시 그 어른을 아이로 만드는 듯. 나도 그래야 하는 걸까. 



횟집으로 가기 위해 우연히 거닌 작은 마을에서 이 국가의 비전을 보았다면 헛소리처럼 들릴지도. 그곳으로 오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 언제 올 줄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고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 지나가는 버스를 잡느라 뛰어야 했기 때문인지도. 

남해로 왔다. 부산으로 올 때 난 다시 떠나고만 싶은 마음이었다. 


https://youtu.be/Qi6YqlzddeQ?si=alAL-cB7Te1X0-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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