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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Oct 16. 2024

한강은 흐른다


문학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일까, 아님 깨우치고 터득하는 것일까.

이 나라 청소년들의 문해력이 매우 떨어진다 한다. 책 읽기를 하지 않고 낱말을 잘 모르며 그렇기에 심각한 문제처럼 여겨진다. 학교 과목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건 국어였다. 모든 교육의 시작은 인성이었는지 모른다. 내가 삶을 깨우치고자 행했던 첫 번째 일은 반항이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것이었다. 

수학능력시험 때 수리영역에서 세 문제를 맞출 때, 모두 찍으면서 주관식을 하나 맞추는 기염을 토하는 동안 언어영역에서는 왠만큼 공부 하는 애들 수준으로 맞춰 점수를 얻었다. 성적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다른 과목들은 다 자신 없고 몇 달 동안 언어영역은 좀 팠기 때문에 그랬다. 학교에서 공부를 안 한 게 자랑인가, 적어도 스스로 깨우치고자 한 그 열정만큼은 높이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난 아직 그런 고뇌 또는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스스로 배울 방법이 없다. 알아서 공부하는 것? 스스로 학습하고 또 매진하는 것? 답이 있는 문제를 내면서 그게 정말 말이 된다는 생각인가. 난 서태지처럼 살고 싶었다. 학교 그만두고 나와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것도 답은 아닐 수 있었다. 답이 있는 문제는 가르침을 주지 않는다. 훈련시킬 뿐이었다.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을 강화하자는 말은 철저하게 훈련시켜 군인을 양성하자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탔는데 말이다. 그게 전쟁이고 그 싸움에서 이길 병사 장군을 키우자는 말과 같은 것이다. 정작 그 작가는 지금 세계는 전쟁 중이니 조용히 있고 싶다 말한다.

우린 왜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가 나오지 않나 그런 마음들이 있었다. 그러나 무라카미 하루키도 받지 못한 노벨문학상을 그 작가가 받았다. 물론 일본은 이미 노벨상에서 많은 수상자들을 배출한 나라이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나왔으니 이제 문학의 미래는 밝은 것인가. 그늘진 곳에 있는 글들은 여전히 주목받지 못할 것이다. 큰 빛 하나로 인해 더 큰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작가를 둘러싸면서 말이다. 

내 손가락 하나 멀쩡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만으로. 아직 글을 쓸 수 있거나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떠나야 하고 위험에 처해야 한다. 그게 진짜 작가가 되는 길이라면. 문해력 강화는 더 안전하고 튼튼한 울타리에 가두는 일이 될 것이다. 좋은 교육을 받으면 분명 질 높은 삶을 살 수 있다. 좋은 집에서 좋은 마음으로 좋은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그래서 밖으로 나오면 이겨내지 못한다.

내가 만약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다면. 모든 글 쓰는 사람에게는 노벨문학상 수상과 같은 큰 꿈이 있었다. 그럴지도 몰랐다. 하지만 난 그게 중요치 않은 것이라는 걸 깨닫는 듯했고. 그런 거라면 노벨물리학상 한 번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꿈을 꿔야 한다면.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렇지만 과학 분야는 검증된 실험, 해석할 수 있는 실험에 대해서만 수상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오랫동안 그 상을 받지 못했다 한다.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다른 눈 다른 시선이 필요할 뿐이다. 언어를 간편화하는 건 사는데 분명 좋은 일이 아니다. 대신 지금 청소년들의 머리는 아마 더 복잡한 정보들을 처리하고 있을 것이며 또 그런 체계 속에 있을 것이다. 더 자유롭지만 더 묶여 있고 벗어나질 못하며.

모두가 유튜브를 보는 시대 아닌가. 지금 사람들은 영상 속 움직임 그 언어들을 깨우친다. 독서하는 사람은 줄어도 영화 보는 사람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 속에 더 멋진 말이 있다면. 더 잘 만들어진 언어들이 있다면 말이다. 그러면서 영화 보고 명대사 추리는 건 되려 시대를 역행하는 일인 듯한.

영화감독의 소설가의 머릿속 생각들을 읽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아주 많이 진행되고 있는 일처럼. 그러려면 감독 작가의 인터뷰 영상 같은 것을 봐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그 작가는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글이 가치 있는 건 인터뷰는 글로도 하기 때문이다. 이게 진짜 전쟁을 위한 일이라면 그렇게라도 힌트를 얻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고 싶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차라리 그게 낫다는 생각으로.  

언론이 나서서 그런 말을 하면 굉장히 곤란해진다는 말을 하고 싶어 이런 글을 썼다. 오늘은 글을 쓰거나 손볼 마음이 없었는데. 제기랄.


https://youtu.be/XBzGRTr6ZEs?si=YMtUVeGY424Onx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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