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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Nov 23. 2024

세레노에서 돈까스를


 꽤 오랜 시간 꾸민 일 하나를 마무리하고. 끝난 건 아닐 테지만. 그래도 책으로 내고 싶다. 요즘은 먼 미래에 아니면 가까운 미래에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책 만들어 파는 일을.

 좋아하는 옷도 두 눈으로 보고 만질 땐 다른 기분을 느끼는데. 그곳엔 사람들이 있었다. 또 공기가 맴돌고.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겠지. 그곳으로 가기 위해, 옷 하나를 사려 얼마나 많은 더러운 일을 해야 했나.

 그곳 사람들은 다 좋아보였다. 특히 그 점원이 미소 짓거나 다가와 상냥하게 말 건다면.

 전포동 아더에러 매장 한 직원은 날 알아보고 말도 건다. 이번에 컬렉션 공개된 거 보셨냐고. 컬렉션 공개될 때마다 가서 그런 것도 있었는데.

 서울 장안동의 듀펠센터에 갔을 때는 또 달랐고. 꼭 옷을 소개하기 위해 있는 사람처럼 있던 그 직원은 아무것도 사 가지 않은 날 향해 끝내 미소 잃지 않았다. 돈 버는 일, 그렇지만 가치를 얻는 일. 다른 무언가를 얻기 위해 말이다. 이런 말이 너무 심각하게 들리지는 않았으면. 그게 진실이고 돈 벌며 절대 슬퍼할 이유는 없다.

 난 과연 소설을 써 돈 벌 생각이 있는가 스스로 묻곤 한다. 어느 날 통장에 돈이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 들어오고 베스트셀러 밀리언셀러 작가가 되는 상상도 했는데. 아직 하는데.

 돈 벌려면 지저분한 일을 해야 하기에. 자기모순처럼 등을 진 채 다른 말을 하는 두 사람이 있다. 그 둘은 결국 하나였다.

 언제라도 떼어지거나 갈라질 수 있는 그 몸을.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난 과연 누굴 쫓고 내 뒤를 쫓는 건 과연 누구인가. 바보처럼 자기가 던진 덫에 자기 발목이 걸리고.

 글을 고치고 또 고칠 때 늘 드는 생각. 잘한 건 내 덕분이고 잘못한 건 네 탓이니. 그 새끼는 분명 정상이 아니야.



 난 무슨 차를 타고 돈이 얼마나 많아 하는 랩퍼의 가사 같은 글도. 성공은 꼭 최면 걸린 자의 걸음 또는 행진처럼. 그 걸음을 방해하는 소리들에 귀 닫고 앞만 보고 가야했다. 그럴 자신 있냐고. 자신 없으면 그런 말 말아야지.

 또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 당장은 그저 떠나고 싶은 마음뿐. 얼마 전 마산 창동에 갔는데 거기도 좋더라.



 돈까스 먹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저 길을 지나면 또 다른 길이 보일 것 같아.


https://youtu.be/SuXlZ5PHK9I?si=pFxjoBa4hGvBjq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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