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단서가 없습니다. 야마다 박사를 용의자로 지목할 근거가 없었습니다."
"피해자들이 모두 야마다 클리닉에서 진료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 눈은 더 이상 그 이야기에 관심이 없어 더는 그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는 듯. 새어나가지 말아야 할 것은 수사에 관한 기밀이 아니라 그 마음인 것처럼.
야나가와 히사시는 준코의 입에서 흘러나오게 될 단어 한마디를 얻으려 한다.
"조사를 하다 알게 된 건데, 야마다 박사가 부인과 이혼한 뒤 여러 여자를 만나왔더군요."
그 중 한 명이었던. 지금 야나가와 히사시 앞에는 그의 몸 가장 중요한 비밀을 아는 여자 한 명이 앉았다.
그가 범인이 아닐 거라는 안도로 이어지는 희망, 그 결실을. 그런 뒤 그 여자가 풀어놓게 될 긴장의 끈 끄트머리에 너덜너덜거릴 것을 그리며.
준코는 네 라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을 거라는 절망으로 이어질 근심 또는 불안을 안게 될. 곧 절망이 들이닥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오고.
준코의 눈꺼풀이 한 번 깜빡거리고 그가 질문을 잇는다.
"알고 계셨습니까?"
야마다 박사 부인은 살해된 것임에 틀림없다. 특정 지을 수 없는 다수의 인물로부터 죽임 당한 것이 분명하다. 그 여자는 병 들어 죽는다. 사람들은 그 여자를 자연사했다 한다.
준코는 네 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오 말할 수도 없다. 그 여자의 눈이 야나가와 히사시의 눈 정면을 향하는 그 순간 그는 차마 그 모습을 지우지 못한다.
하느님의 눈물, 그 손에 쥔 장난으로 변한 눈물 뭉치. 그 장난이 멈춘 겨울이 그곳에는 없다. 홋카이도를 떠올리는 사람들.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모두에게 손가락질 받고 따돌림받아 그곳으로 간 자. 사람들은 그 섬을 그릴 때 선한 기억을 떠올리려 한다.
남자 한 명이 그 절 주위를 맴돌 때 스님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자는 무엇 때문에 저리도 서성이는가, 집을 잃고 이곳으로까지 온 것인가, 스님은 그가 죄 지은 인간들을 붙잡는 자라는 것을 알지 못해 근심한다.
그 섬에 곧 검은 구름이 몰려들 것이다. 모두 열한 명의 여자가 희생될 것이고 주검이 되어 나타날 것이다. 추운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올 때 사람들은 그런 악몽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