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La maison des...

by 문윤범


난 아키야마 요시히로 아내가 모델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러 매체 등을 통해서 듣게 된 이야기였다. 그와 결혼한 여자가 일본 유명 모델이라는 것이었다.

파리에 있을 때 알고 지내는 누나 한 명이 있었는데 일본에서 오래 산 사람이었다. 그 누나에게 듣게 된 말은, 그 모델은 일본에서 최고였다는 것. 수많은 일본 여성들이 그처럼 되기를 원했다는 이야기. 그런 여자가 어떻게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남자와 결혼하게 됐을지.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들이 처음 유학와 거의 거쳐가는 어학원이 있었다. 나 또한 한동안 그 어학원을 다니게 됐는데 같은 반에 일본인 여자들이 많았다. 나보다 나이 많던 그 일본인 여자들은 날 아래로 여기는 듯했다. 내가 나이가 더 어렸으니. 그들보다 조금 덜 산 놈이었으니, 게다가 남자였으니까.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느꼈는데. 하나 있는 한국 남자에 호기심을 드러내다 점점 날 구석으로 몰아붙이는 듯했다. 당장 그 반을 나가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수업을 하루 이틀 빠지고 또 거리를 맴돌고. 난 진짜 그곳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한 적 없는데 그 일본인 여자들이 날.

그런 일본인을 서양인들은 왜 좋아하나 그런 생각마저 했고. 노트르담 대성당 안 의자에 앉아 곰곰히 생각해봐도 볼 수 없을 진실처럼. 이미 알고 있음에도, 그럼에도 내가 그 성당에 있었다는 일만큼 믿기 힘들었던 일. 난 늘 매도당할까 초조해하는 몸이었다.

누가 손가락질할까 누가 날 미워하고 증오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뜨릴까 겁을 먹었다. 살며 이겨내고 견뎌내지 못한 몇 번의 순간들.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그 누나는 일본에서 어떤 삶을 살았을까. 게다가 여자였는데.

그런 일본인들에 큰 호기심을 가졌고 난 가까워지고자 했다. 그래서 잊지 못할 몇몇의 좋은 친구도 사귀었다. 늘 의심했다. 저 아이들도 날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한국인으로 여길까.

야노 시호의 사랑이 도전처럼 느껴진 건 내 생각이 너무 깊은 곳으로까지 빠진 탓이었을까. 아키야마 요시히로, 그 남자가 봐도 멋있는. 그 또한 이젠 한국에서 그 여자만큼이나 유명하고 인지도 있는 인물이 됐다. 그와 그의 가족이 사는 도쿄 오모테산도의 집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유명해졌다.

사랑은 두 사람을 성장시키거나 때론 더 먼 곳을 보게 한다. 그 집에서는 도쿄의 아주 먼 풍경까지 볼 수 있었는데.

또한 짐작했던 것. 나 아닌 다른 자와 평생 선을 그으며 살 운명이라면 국적이란 결국 아무 의미 없을 것이라는. 내 몸 안에 어느 민족의 피가 흐르든 간에.

두 사람 사이에는 딸 하나가 있다. 한국말을 듣고 이해할 줄 알며 말하기도 하는. 사란, 그 이름이 왜 사랑보다 더 예쁘게 들리는지.

옛날부터 난 일본인 여자가 내 옆에 있으면 어딘지 떨리거나 위축됐다. 그건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일지 몰랐다. 가와이 하려는 귀요미 여자가 날 불러도 용서해줄 듯.

매정하게도 난 그 여자들에 등 돌린다. 자신보다 더 크고 센 존재들을 밟고 누르려던 자들을. 그건 어쩌면 남자와 여자 사이 질투 경쟁심으로부터 비롯된 싸움이 아니었을까.


상대를 누르려는 싸움에서 벗어나려 이기는 법을 연구했다. 센 강이 흐르는 풍경을 보며 난 낭만을 느꼈을지. 추운 날이 오면 자기 몸을 보호하는 일조차 힘들었던. 난 늘 지고 말았지만.

강이 흘러 그 풍경을 보면 언제라도 승리자가 될 듯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白, 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