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RtvImndxZn8?si=Tiq97Ouekz1tRFFH
"제주도엔 처음 오셨어요?"
제주 고씨 여자. 그 여자 이름은 민주였다.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담은, 그런 뜻이라 했던가? 우스운 말을 해대던 그 여자는 불쑥 내게 그렇게 묻는데.
"네."
"그렇군요."
기억하지 못해. 지난 일들을. 그때의 눈동자들을. 날 보던 사람들의 날선 감정들 또한. 잊은 거였는지 몰라. 그래서 달아나려 했던 건지 몰랐다. 꼭 그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것처럼 그 잔 속에 든 걸 본다. 아무 것도 없다. 헤엄치는 것도, 헤엄침에 일렁이는 물살조차도.
그런 뒤 그 여자 눈을 봤을 때 난.
"어떤 남자가 여기 온 적 있었어요. 이름이..."
그를 본다.
그는 본다. 그 여자 눈을.
"기.."
물고기 한 마리가 헤엄을 멈추더니 여자 발 밑으로 온다. 엉금엉금 기는 거북처럼. 그 여자는 그 물고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튼 그랬어요. 도망왔다고."
잠에서 깨 일어나 길을 걷는 수면보행증 환자처럼. 아직 잠들어 있는 그는, 그 자식은. 소리쳐 부르고 싶었지만. 당장 나타나란 말을 하려는 듯이 말이다.
그 얼굴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자긴 도망온 거라고... 육지로부터요."
그 섬 사람들은 모두 날 육지에서 온 자라 했다. 그들 사이에는, 그러니까 우리 사이에 정녕 다리란 없는 건가요? 그런 말을 하며 웃고 싶었지만. 그때 그가 대통령이 됐다면. 문득 그 남자 얼굴이 떠오르는 이유는 알 수 없는 거였지만.
그 다리가 지어졌더라면. 건설됐다면.
"그런데, 이 술 몇 도죠?"
그 여자 말을 듣던 난 그리 말하고.
아직 한 여름이 오기 전 낮 온도 정도였음에도. 곧 고꾸라질 것처럼. 술병 속으로. 그건 그리 센 술이 아니었음에도 난.
"술이 약하시네요."
늘 듣던 말. 그와 난, 우린 모두 술이 약했다. 그러면서도 한 잔을 더 마신다. 그는 늘 그랬다. 날 이기려 그랬는지. 미친놈.
"뭐?"
내가 내 얼굴에 욕을 뱉는 심정이란. 그 가슴속 우물물 같은 건 이따금 날 흔들어댔다. 끝내 두 다리마저 마비시킬 것처럼.
우린 가끔 싸웠는데. 다신 보지 않을 것처럼 돌아서버리고는 했다. 그날 아침 한 말이 아직 잊히지 않는 이유는 그 말을 들은 그는 곧장 집 밖으로 나간 탓이었다. 줄 풀린 말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듯 멀리 달아나버리곤 했던 것이다.
"맞잖아!"
미친 새끼.
생일 선물을 기다리고 있던 난 끝내 잠이 들어버렸고 눈을 떴을 땐 밤이 돼 있었다. 난 아직 기다리고 있다. 그날 받지 못한 선물을.
톰 요크가 그런 노랫말을 읊어댔을 때 난 아직 중학생이었고. 그날 오후 내내 그 노래를 듣던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