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Zpkz6vitDzU?si=6Gpxvv7X_mX87MTj
오래전 걷던 길들을 다시 걸을 때, 그땐 왜 그리도 걸었을까? 묻지만 답이 없어. 그냥 중독이었다고. 걷는 것도 중독이거든. 면을 입에 물고 빨아당기듯, 걸으면 뇌가 반응을 해. 그건 과학이라고. 많이 걷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경험을 해. 그럴 거야. 난 천재가 될 것 같았지.
걸으면서 생각해. 그건 자연적인 원리야. 미국, 그 나라는 어떻게 그런 무시무시한 나라가 됐을까? 간절함이겠지. 절실함일지도. 그걸 모두 뛰어넘는 게 있다고. 무너져내릴까 두려워. 내가 이룬 세계가 무너질 것에 대한 두려움. 그 감정이 그들을 만들었겠지. 천재가 돼야만 해!
꽃이 피고 기침을 하기 시작할 때면 달맞이길 그 언덕도 오르고 싶은데. 진짜 봄이 오면. 어릴 땐 그 동네에 살고 싶었거든. 낭만적이잖아. 이젠 쓸모 없어진 것, 낭만. 회 한 접시에 소주 마시고 취해 비틀거리며 오르고 싶어. 내가 변했다면, 바뀐 게 있다면.
가장 좋아하는 길은 어딜까? 인생 가장 미친 듯이 걸었던 때가 있다면 도시가 있었다면 파리야. 2010년에서 2014년의 그 어느 날들. 누군가 물었지.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네가 어디야? 벨빌이라 했다가 몽마르트라 했다가. 그냥 그 도시. 돌아와 그곳을 떠올리려 간 곳은 있어. 부산의 그 길들. 아무래도 난 몽마르트나 벨빌인가봐.
모르는 사람들과도 이야기했지. 사람들이 다가와. 어떤 놈은 사진 찍지 말라고 겁을 줬지만. 못 알아듣는 척 했지. 그냥 가더라. 사람들은 무시 당하는 일을 가장 두려워하지. 존재하지 않는 존재처럼 여기면 겁을 내. 내가 가장 기쁠 때가 언제였는 줄 알아? 사람들이 다가올 때, 그리고 말을 걸었을 때.
술집 바에 앉아 술 마시는데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 때였어. 차 끊겼을 것 같은데? 집이 어디야? 음..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 새 친구를 만난 것 같아 기뻤지. 고마워! 그래줄래? 그랬더니. 그 녀석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옆에 있던 여자애들이 내게 말했어. 쟤 게이 같은데 괜찮아? ... 응???
정말 고마워, 그런데 집에 가야 할 것 같애. 오늘 밤 난 존재하지 않는 존재이고 싶어. 사랑하고 싶지 않아.
이 도시에서는 그런 일이 없어. 왜 그렇지? 왜 아무도 다가와 말을 걸지 않을까? 어떤 할아버지가 말했지. 넌지시 내게 말을 건네는 거야. 그때 그 언덕 끄트머리 어디에선가.
정치 이야기 하더라고. 할 말이 그것 밖에 없어? 나한테 할 말이 그것 뿐이야? 우리, 그만하자...
그래서 뭐가 바뀌냐고? 그렇게 걷고 걸어서 바뀌는 게 뭐냐고. 없지. 달라질 뿐이야. 지금 내 기분이, 잠시라도 이 기분이.
내일은 어딜 걸을까? 그땐 그런 게 없었는데. 지금은 달라졌어. 내일은 어디를 갈까 정하고 앉았지. 쓸모 없는 짓인 걸 알면서. 계획대로 되는 일이 어딨어? 없어, 넌 없어. 사랑해본 적 있어? 넌 없어. 그거 어디서 많이 듣던 대사.
그 영화 때문에도. 난 영화를 찍고 싶었으니까. 그 길은 내가 만들 수 있는 길이니까. 그 길들을 걸을 때면.
돌아와. 지난날의 내 모습으로. 그곳으로 갈래. 지난날 내 있던 곳으로. 낭떠러지에 섰다 파란 하늘을 날게 된 그날의 우연처럼.
by Walk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