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글을 써도 그 이야기로. 어릴 적부터 가장 큰 관심을 둬온 이 나라 이야기는 끝내 남과 북에 관한 것이었다. 기필코, 틀림없이 꼭. 그래, 우린 하나 돼야만 해.
필사적인 사랑 이야기도 좋을 듯하지만, 목숨을 건 한 인간의 도망 이야기도 그려보고 싶은데. 그런 거 저런 거 다 떠올리고 그려봐도 남과 북의 이야기만큼 끌리는 것은 없다. 우리 소원이 내 소원이 돼야 했던 국가에서의 삶이란 그랬듯. 통일, 내게도 가장 큰 소원이었던.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을 꿈에 대한 이야기와 같은.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는 한국 영화에 대해 논하며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쉬리'를 봤다며, 한국은 그런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면서. 가장 좋아하는 일본인 배우, 반쯤 그를 떠올리며 글을 쓰기도 했던 난, 그는 내가 부러워하고 바란 인간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그의 말을 듣고 문득. 그래, 그건 정말 훌륭한 이야깃거리이지 않았던가 하며.
잠깐이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눈 많은 외국인들이 그랬다. 그들은 우리에 대해 잘 몰랐지만, 거꾸로 그건 그들이 우리를 더 알 수 있게 하는 일이었던 것. 그랬는지도. 그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마음먹은 계기였는지도 몰라.
난 북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런 글을 쓰려다 좀 찾아봐 알았고, 조금 알았고. 점점 더 알게 되는 것은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민족이라지만 어찌 그렇게 다를 수 있을까? 똑같이 밥 먹고 국을 먹고, 비슷한 반찬들을 먹을 텐데도 말이다. 당신들은 아직 개고기 먹어?
북에서는 그걸 단고기라 부른다 하는데. 사실 내가 더 관심 있어 하는 건 서양인들 식탁에 올라오는 후식 같은 것이었다. 디저트들, 그리고 카페. 차라리 대만 요리에 더 관심이 크지 북한 사람들이 뭘 먹고 뭘 마시는지 궁금해한 적은 별로 없었던 듯. 찾다 보니, 나도 모르게 보고 있다 보니.
난 누구랑 싸우고 있는 걸까? 우린 누구와 싸우는 걸까?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두들겨 패고 있고 키이우는 여전히 드론의 위협에 시달릴 텐데. 우린 아직도 북한이랑? 진짜 그런 건지..
새로운 탈북 루트를 만들기 위해 네팔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죽었다는 특수부대 출신의 국정원 요원 두 명. 진짜 그런 이유였던 걸까? 비밀스러운 일을 하는 집단이 자신들의 임무를 그렇게 까발리다니. 나는 나 자신과 싸운다. 그건 꽤 그럴듯한 말이지만.
우린 세계와 싸우는 중인지 몰랐다. 내가 내 시선을 두려워한 적은 없었듯, 그렇지만 그런 내 시선을 안으로 돌리기 시작할 때 새로운 빛을 볼 수 있었다고. 그 별을 향해.
집으로 돌아오는 일처럼. 그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지만.
증오, 그리고 사랑. 그런 제목이면 멋지지 않을까? 가끔 처음 그 글자들이 한글이 아닌 영어로 그려질 때 있다. 그들은 모조리 언어들이었던 것. 오다리기 조, 그건 한 사람의 이름이자, 아니 차라리 그건 상표명이라고. 그 정도 이름을 달면 어떻게 살까? 어떤 걸 먹고 어떤 침대에서 잘까..
방바닥에 누워 자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는 난 아직 그들의 삶을 동경하는 듯하다. 이상해. 내가 나인지 그는 누구인지. 그들은 누구였는지. 그래서 우린 왜 사랑하고 또 미워했던지.
https://youtu.be/Q8k3qB61lhk?si=CloismLekS-sS83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