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는 창조를 부른다

by 더노리

만약에

색종이로 접은 다면체들을 보이지 않는 상자에 담아 아이들과 빙 둘러앉았다. 원장님의 마술상자라고 소개했다.


얘들아! 만약에 아기돼지 삼 형제에 나오는 늑대가 지금 유치원으로 오고 있어.


튼튼한 집을 만들어요.


벽돌로 집을지어요.


벽돌이 없다면?


박스로 지어요. 박스도 없어 어쩌지?


교실에는 종이밖에 없다면 우리 어떻게 할까


아이들이 눈을 굴린다.


얇은 색종이 한 장을 펄럭펄럭 흔들었다.


이렇게 힘없는 색종이로 집을 지을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네 할 수 있어요.


네모로 접어서 차곡차곡 쌓는다고 하고


책상 접기를 해서 세우기도 한다.


도르르 말아보니 붙일 풀이 없다.


아이들과 하는 없다면 놀이는 늘 재밌다.


만약에...


무엇이 없다면...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할까...



수리수리 마하수리 얍! 몇몇 아이들의 콧기름도 슉 넣은 후 마술상자에서 미리 접어 놓은 종이벽돌을 꺼냈다. 나의 뻔한 마술을 보면 아이들이 씨익 ~웃는다.


알면서도 속아준다.


이게 나의 잦은 놀이 전개 과제이다.


아이들은 묘하게 만약에~ 없다면~ 놀이에 빠져들어 해결하기를 무척 좋아한다.


바로 행동으로 시작한다.​


이렇게 우리는 종이로 벽돌 접기를 배운다. 텐트접기도 배운다. 집 접기도 배운다. 색종이 접기 놀이는 늑대가 오면 우리가 대처할 방법을 찾도록 생각을 열어주었다.


만들기


그러니 아이들은 언제나 없다면 포기하지 않고 만들 생각을 해본다. 독서활동을 하고 나면 스티커 이면지가 생긴다. 그것을 또 버리지 않고 쓴다. 아이들이 앞머리가 없다면


머리카락도 만들어서 달고 나닐 기세다. 이마에 대고 씩 웃는다. 만화 주인공들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스티커이면지의 질감을 즐기며 그림을 그렸다.



병원놀이에 약이 없다면? 알약을 제조하고


포크가 없다면 꼬모 숟가락을 틈내어 포크로 바꾼다.


변기가 막힐 때는 뚫어펑을 만들어낸다.



만약에는 세상 모든 것들에 의미를 담는다.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고 행동에 옮기는 우리 아이들은 하루종일 바쁘다. 만드느라 그렇다. 창조하느라 그렇다.


만들기는 창조다.


비구조적 자원과 재활용품들이 아이들 놀이 창조의 재료이다. 세상에 널린 재료들을 가지고 놀았던 습관은 삶의 창조행위로 발전할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무인도에서도 살아남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뭔가를 늘 궁리하는 아이들이 너무너무 예쁘다.


가치 창조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창조행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엇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본 아이들은 창조물과 세상을 연결한다. 의미를 찾아낸다.


그리고 결국 가치창조라는 위대한 행동으로 이어질 것을 믿는다.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법은 물론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이유를 궁리할 것이다.


놀이는 나에게 어떤 의미 일까


가치창조이다. 쓸데없는 것에서 쓸모를 찾는 우리들의 놀이는 바로 가치를 만드는 첫 발이다.


가치란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이다.


놀이의 가치는 지금 바로 값으로 매길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매우 작은 놀이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기록할 때 놀이의 효과와 가치는 창조된다는 것을 믿는다.


만약에라는 놀이는

가치창조라는 생각을 잊지 말자.

하루하루 일상에서 세상을 살아내는 법을 스스로 배우게 하는 이 위대한 순간을 기록하는 놀이일을 게을리 말자. 가치창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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