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가 되는 법

by 더노리

재활용품센터는 놀이의 시작

'만들 욕심'


부모님들이 상자나 시장가방 종이가방 또 비닐봉지에 가득 모은 재활용품들을 풀어서 정리하다 보면 아이들이 우~ 몰려든다.


원장님 뭐 하세요? ㅎㅎ 그 말은 백 프로 나도 같이 참여하고 싶다는 뜻이다. 이거 뭐예요? 알면서 물어오는 그때는 바로 호기심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아이들이 관심 갖는 그 순간들을 잘 포착해야 좋은 선생님이다.


아이들은 새롭고 신기한 재활용품을 나보다 더 먼저 발견하고는 엄청난 관심을 보인다. 갖고 노는 탐색의 과정을 넘어서서 만들기 욕심을 낸다. 만들 욕심이다. 집으로도 가져가고 싶어 한다. 굴러다니는 재활용품을 집으로 가져가는 아이들도 있다. 놀고 싶고 만들 욕구이니 먼저 선점하는 사람에게 차지가 돌아간다. 우리는 지금 그 누구도 내가 가져왔으니 내 것이라고 우기는 아이들이 없다. 그저 만든 사람 것이 되니 만들 욕심은 꾸준히 아이들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재활용품센터는 늘 놀이의 시작이다.

내가 놀이를 하며 깨우친 명언이 있다.


'교사가 주관한 활동은 주제에서 대부분 말로 시작되지만 아이들의 놀이는 환경이나 자원에서 행동과 손으로 저절로 시작된다.'


컴퓨가 왜 여기 있나


개학 날 아침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새해 처음 만난 아이들이 너무 반가워서 장난도 치고 농담도 하는데 갑자기 준이가 저쪽에서 날더러 천재원장님이라고 한다.


하하하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고 물어볼 필요가 있나! 역시 우리 준이가 최고라고 기뻐하면 그만이다. 나는 아이들이 그렇게 말했다면 다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재활용품을 모아두는 곳에 시커먼 컴퓨터 본체 하나가 며칠 전부터 있다. 별의별 재활용품이 놀이 자원으로 들어오지만 이 시커먼 컴퓨터는 또 처음이다. 누가 왜 가져왔는지 드디어 알아냈다. 바로 나를 천재원장님이라고 말해준 준이였다. 하하하하하


자칫 진짜로 쓰레기장으로 버려질뻔한 귀찮던 컴퓨터가 다시 보인다. 왜 가져왔을까


컴퓨터를 열어서 분해한 부품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나를 천재로 생각한 준이가 엄마아빠에게 말해서 유치원으로 그 컴퓨터를 가져온 것이다.


원장님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나 보다 하하하


기계를 모르고 전혀 천재가 아닌 나는 천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천재란 다 아는 사람이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놀이로 배우고 알아갈 준비가 된 사람인 것이다. 나는 이렇게 아이들이 천재라 믿어준 덕분에 놀이천재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천재는 계속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자다.


컴퓨터 본체 열기


여기 왜 선풍기가 있을까


그렇게 컴퓨터의 본체를 열었다. 놀이의 결과는 늘 중요하지 않다. 과정이 중요하다. 나는 시도를 도와주는 사람일 뿐이다. 컴퓨터 속에 대한 지식이 없이도 할 수 있다. 알아서 다 알려주며 분해하는 것이 더 주입식인 것이다. 나사를 돌려서 본체 뚜껑을 열었다는 사실부터 우리는 큰 성취감을 얻었다.


그리고 하나하나 분해를 시작했다.


아니 그런데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아주 작은 미니선풍기의 날개가 있고 돌아간다.


아이들과 나는 신기루의 세계로 들어갔다.


선풍기의 용도를 생각해 보았다. 심지어는 선풍기가 두 개가 내장되어 있다니...


아이들도 참 똑똑하다. 공기를 들여보내주고 하나는 폭발하지 않도록 밖으로 뜨거운 공기를 내보내주는 환풍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칩들을 연결하는 선들을 안과 밖을 보면서 빼보고 끼워보았다. 교실에는 컴퓨터내부를 열어놓은 과학센터가 생겼다.


몰라도 된다


나는 자동차를 모르고 엔진도 모르고 기계치다.

그러나 지식을 몰라도 놀이를 잘한다.


유아교육은 과정중심이기 때문이다. 지식을 알려줄 목적이 아니라 분해하려는 호기심과 분해해서 나오는 부품들의 용도를 정확히 알지 못해도 놀이로 배움이 일어나도록 연결해 준다. 그 사이 아이들은 자동차를 집에서 공부해 오고 컴퓨터를 알아와서 나를 가르쳐준다.


내가 만약 그 모든 지식에 해박했다면 나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넣을 연구를 했을 테지만


컴퓨터에 미니선풍기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내가 더 깜짝 놀라줄 때 아이들이 답을 찾는다.


나는 사실 바보이면서

아이들에게는 천재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웃긴다.


놀이를 시작하도록 용기를 주고 놀이시도의 환경을 마련해 주는 사람이 바로 원장님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인식한다는 자체로 나는 만족하며 그저 행복하다.

그래서 알아도 모른척한다.


아이들이 집에서 공부해 온 지식들을 모아 친구들과 함께 나눈다.


천재가 되는 법


나는 이런 놀이들에서 아이들과 함께 삶의 답을 찾아간다. 삶이란 누가 가르쳐 주지 않는다. 놀이하는 아이들처럼 궁금증과 호기심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삶이 궁금한 사람들이 드물다. 주어진 삶에 순응하고 하루하루 사는 것이 답일까


나를 알아가는 하루하루 나는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누군가는 꽃들에게서 나무들에게서 길을 걸으며 배울 것이다.


그렇게 궁금한 사람이 되면 결국은 나 자신이 궁금해질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를 치고 여행을 떠난다.


궁금하고 호기심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없다면 삶은 그저 사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처럼 뭐하는지 그게 뭔지 궁금해야 한다. 그래서 나를 궁금해하고 나를 찾는 여정을 떠나야 한다.


죽을 때까지 나를 놓지 말아야 한다.


나는 꽃처럼 나무처럼 위대한 자연이다.


씨앗을 열매를 남길 수 있도록 살고 싶다.


글쓰기는 나의 씨앗과 열매다. 그러니 쓰자


세상 모든 것으로 삶을 배우고 쓰는 사람이 되자.


그러고 보니

써놓지 않으면 다 잊는다.

씀으로써 기억하고

나는 천재가 될 것이다.

미니선풍기가 나온 우리들의 컴퓨터 분해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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