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시대에 인간은 어떤 능력이 있어야 할까
내가 태어난 시골집 골목에는 다섯 가구가 있었다. 한 가구는 사라졌고 세 가구는 모두 빈 집이었다.
살던분들이 다 돌아가시고
골목 끝 우리 집에만 엄마가 지금까지 계신다. 그곳에 가면 늘 꿈을 꾸었다. 교사시절이다. 시골집 골목자체 빈집들이 다 유치원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때마침 아빠 어디 가?라는 프로그램이 유행이었다. 유명인의 아이들이 시골마을에서 아빠와 지내며 이장님 댁을 찾아가고 경로당을 찾아가고 할머니댁에 가서 달걀을 얻어오고 너무나 신박한 여행이었다. 매력을 느낀 것이 바로 시골집유치원이었다. 골목입구에 출입문을 달고 빈집들을 고쳐 빈집에는 놀이를 돕는 선생님들이 계시고 아이들은 골목길에서 시골집에서 노는 상상을 했었다. 마을이 온통 유치원이라면?
너무 들뜨고 신나는 일이었지만 그것은 꿈일 뿐이었다.
그런 꿈들은 허상일 뿐 유치원설립인가기준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꿈을 꾸는 것은 언제나 자유다. 어쩌다 시골마을 속에 땅을 샀고 2017년 나는 교사에서 원장으로 유아교육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시골 골목유치원과 똑같지는 않지만 이웃집마당을 방문할 수 있는 곳에 유치원을 지었다. 놀이가 중심이 되는 유치원을 선포했다. 그때부터 재활용품은 우리들 놀이의 창작재료가 되었다.
하늘이 훤히 트인 들판이 펼쳐지고 마을길이 미로자체이며 모래와 놀고 재활용품으로 만들기를 하는 놀이중심유치원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아만보라는 유튜브영상으로 뇌과학 와 AI를 연구하는 김대식 교수님이 이야기를 들었다.
인공지능시대에 인간은 어떤 능력이 있어야 할까
노동이 사라지면 놀이와 창작을 계속하게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놀이와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직접 생산하거나 둘 중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놀이를 소비하지 않고 생산하는 우리 아이들을 가만히 생각해 본다.
이맘 때면 무슨무슨 놀이를 파는 유아교육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놀이팸플릿을 가지고 유치원에 온다. 만들어놓은 놀이가 책자로 만들어져 수북이 쌓인다.
그 놀이들을 구입하면 아이들 앨범까지 공짜로 만들어준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기관들이 인기 많은 똑같은 프로그램들을 구입하여 그 놀이들을 소비하는 아이들로 기르는 유치원들은 이미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러나 나는 그 기관들을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는다.
들판이 펼쳐진 탁 트인 하늘이 보이는 시골의 작은 유치원이지만 놀이를 소비하기 위해 짓지 않았다.
수많은 놀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를 나는 따라갈 생각이 전혀 없다.
내가 생각하는 유치원은 아이들이 놀이를 생산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유일한 놀이를 만들도록 환경과 공간을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꿈을 조금씩 이루어가는 중이다.
유치원을 놀이생산공간으로 바꾸려면 비구조적 자원을 놀이에 활용해야 한다. 아이들이 매일매일 자원을 들여다보며 창작습관을 갖도록 꾸준히 관찰하고 만들어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놀이를 창작하는 Actor다.
놀이창작과정은 잦은 실수 속에서 회복탄력성은 물론이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 또한 저절로 길러준다.
매뉴얼이 없는 놀이를 매일 도전하는 우리 아이들은 재활용품을 버리지 않고 유치원으로 가져오는 것부터가 창작 습관이다. 버려지기 전 창작물로 생산할 무언가를 연상한다.
재활용품으로 쓸모와 작품을 찾는 것이 일상이다.
김대식교수는 노동이 사라지는 시대에 사람들은 놀이와 여가를 즐기며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만들어서 노는 습관이 정말 중요한 이유다.
놀이를 생산해 본 아이들만이 AI 시대의 콘텐츠 생산자 즉, 창작하는 Actor 가 될 수 있다.
일상의 자원 즉 재활용품을 부모님이 지원해 주는 우리 유치원에 깨끗한 종이접시가 어느 날 들어왔다. 종이접시가 아이들의 놀잇감으로 왔을 때는 무한한 역량을 발휘한다. 무엇을 담는 접시로서의 역할을 뛰어넘는다.
아이들의 눈과 생각 상상은 나의 기대를 능가한다.
종이접시를 자세히 보면 이렇게 네모난 눈금이 있다. 접시가 눈금도화지가 되어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수박을 그려 담았다.
그리고 종이접시는 코끼리코 구멍을 뚫어 양말을 손에 신은 아이에 의해 코끼리가 되었다.
수박과 아이스크림&종이접시 양말코끼리
텃밭의 가지는 이렇게 창작물로 탄생했고
버려지는 이면지로도 매일 오리고 붙이는 창작을 산책길 주워온 도토리는 인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