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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음을 좇는 자, 피아니스트의 비극

by HYUN


그는 완벽함을 꿈꾸었다. 아니, 완벽함에 사로잡혔다.


어린 시절 처음 피아노 건반을 눌렀을 때, 그는 알았다. 이것이 자신의 전부가 될 것임을.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고, 남들이 어렵게 익히는 곡을 단숨에 연주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의 귀에는 언제나 모자란 음이 들렸다. 남들이 찬사를 보내도,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니다. 아직 완벽하지 않아.”


그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연습했다. 손끝이 갈라지고, 피가 배어 나와도 멈추지 않았다. 피아노 앞에 앉지 않는 시간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하며 경외했다. 그러나 그는 사람보다도 음악을, 사랑보다도 건반을 택했다. 그에게 연주는 단순한 기교가 아닌, 영혼을 담은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점점 그를 잠식해 갔다.


무대 위에서도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했다. 청중이 숨죽이며 그의 연주에 빠져들 때도, 그는 속으로 괴로워했다. “방금 저 음이 조금 흔들렸다. 페달의 울림이 너무 길었다. 저 부분은 다시 연주해야 한다.” 그러나 연주는 되돌릴 수 없었다. 실수가 아니어도, 그는 실수를 찾아냈다. 그 작은 결점이 마치 거대한 균열처럼 느껴졌다.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났다. 그가 사랑했던 음악조차 그를 옥죄었다. 완벽함을 향한 갈망은 끝이 없었다. 그는 점점 초조해졌고, 무대에 오르는 것조차 두려워하게 되었다. “내 연주는 아직 미완성이다. 하지만 영원히 완성될 수 없다.”


결국, 그는 무대를 떠났다. 오직 자신만이 듣는 연주를 위해, 혼자만의 방에 틀어박혔다. 창문은 닫혔고, 세상과의 연결이 끊어졌다. 사람들은 그를 잊어갔고, 그의 이름은 점점 과거가 되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세상은 건반 위에만 존재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피아노가 멈췄다.


사람들은 뒤늦게 그의 방을 열었고, 그는 피아노 앞에 조용히 기대어 있었다. 악보도 없이, 텅 빈 건반을 바라본 채.


그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음이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완벽했을까. 아니면 여전히 결점투성이로 들렸을까.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는 끝까지 완벽함을 좇았고, 끝내 완벽함에 닿지 못한 채 스스로 하나의 미완성된 곡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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