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속의 우연
한겨울의 바람이 유리창을 두드리던 오후,
나는 늘 그렇듯 익숙한 골목 끝 서점으로 향했다.
말없이 책장을 넘기며 흘러가는 시간이,
어느새 나에겐 가장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 있었다.
그날도 별다른 목적 없이 시를 모아둔 구역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손끝이 스치듯, 누군가와 같은 책에 손이 닿았다.
“아… 죄송해요.”
낯선 목소리. 하지만 왠지 익숙한 온도.
고개를 들었을 때,
검은 코트를 입은 여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놀란 듯 웃었고, 나는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 좋아하세요?”
“네… 그냥, 제목이 눈에 들어와서요.”
그녀의 시선이 내 얼굴을 잠시 머물다,
책 위로 옮겨갔다.
《그대라는 시》
그 책 제목처럼, 그녀는 시 같았다.
그게 나와 소윤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