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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머무는 곳

by HYUN Mar 22. 2025


어떤 공간은 지나치는 곳에 불과하지만, 어떤 공간은 우리의 감정을 오래도록 붙잡아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애틋함이 깃든 거리, 다시 돌아오고 싶은 창가 자리, 혹은 그저 스쳐 지나가면서도 마음 한편이 묘하게 아려오는 골목길. 그런 곳에는 분명 우리가 남겨둔 감정의 잔향이 머물러 있다.


어느 날 문득, 잊고 지냈던 카페를 다시 찾았을 때 커피 향보다 먼저 가슴을 두드리는 건, 그곳에서 나눈 대화와 흘러나오던 음악, 그리고 창문 너머로 바라보던 햇살의 따스함이다. 비슷한 풍경이지만 어쩐지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거기 우리 마음의 일부가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골목을 걸을 때, 이유 없이 울컥하는 순간이 있다. 벽에 기대어 나눈 짧은 포옹, 이별의 말이 맴돌던 자그마한 벤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함께 웃던 순간. 시간은 흘렀지만, 감정은 그 자리에서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사람은 떠나도 감정은 머문다. 추억이 머물던 장소는 시간 속에서 조용히 숨 쉬며, 우리가 다시 돌아오길 기다린다. 때로는 그리움으로, 때로는 미소로 우리를 맞이하는 그곳들. 우리는 그러한 공간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동안 또 다른 감정을 새겨 넣는다.


그러니 가끔은 그런 곳을 찾아가 보자. 감정이 머무는 장소로.

그곳에서 우리는, 잊고 지냈던 마음의 조각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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