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인연
사람들은 흔히 인연을 운명이라 말하지만, 세상에는 닿을 수 없는 인연도 존재한다. 마치 서로를 향해 손을 뻗지만 끝내 닿지 않는 두 개의 별처럼, 가까운 듯 멀어지는 그런 관계가 있다.
너와 나는 분명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지만, 서로 다른 계절을 걷고 있는 것만 같다. 네가 봄을 맞이할 때 나는 겨울의 끝자락에 머물고, 네가 눈부신 햇살을 마주할 때 나는 긴 밤을 지나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어쩌면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한 걸음만 다가서면 닿을 것 같았던 너. 하지만 그 거리는 결코 좁혀지지 않았다. 애써 외면해 보아도 마음은 언제나 너를 향해 있었고, 애써 잊으려 해도 너는 잊혀지지 않았다. 그렇게 너는 나에게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내 하루의 틈마다 스며들었다.
만약 우리가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너와 나는 마주 보고 웃을 수 있었을까. 아니면 결국 같은 결말을 맞이했을까. 끝내 이루어질 수 없는 이야기라 해도, 나는 여전히 네가 머물렀던 자리를 바라보며 한없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우리라는 이름 아래 놓인 이 거리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운명이라 해도.